언제나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라디오 (5분 29초)

by 김주영 작가

지금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할 수 없다.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을 때 인생은 빛난다.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아이들의 낭송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어제는 아빠의 지인께서 금어기가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산지에서 바로 배송으로 싱싱한 산 낙지를 보내주셨다.

이렇게 아빠의 안부가 궁금해 물품을 보내주시면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와 기억하시는지 모르나 보내주신 분의 성함과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드린다. 아빠가 좋아하시던 ‘낙지’라는 친근함인지 박스를 개봉하고 그 안에 담겨있는 수산시장을 보듯 아빠는 그야말로 아이처럼 환한 표정을 지으며 그 광경을 눈에 담는다. 그분의 정성에 인사하고자 목소리를 들으면 기억하실까 전화연결을 해드리자 감사인사를 하면서도 크게 기억해내는 게 없는 것 같지만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 드리는 기회를 만드는 일을 시도하곤 한다.


꿈틀대는 낙지 ‘10마리’가 든 상자를 보고 이제는 어떤 요리를 선택해야 아빠가 맛있게 드실 수 있나를 생각해야 한다. 입맛이 없으신 후로 모든 음식에 국물만을 가장 많이 드시기에 뜨겁지만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한국인의 맛인 국물 요리로 ‘낙지 연포탕’을 만들기로 했다. 그 메뉴를 정한 말을 듣고 있던 언니와 형부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조금은 안도의 표현을 하며 이렇게 응수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요리의 영역이 무한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든다.


“처제가 연포탕을 끓인다고 하니

왠지 마음이 안심이 되네.”


“그래, 네가 끓이면 다 맛있을 거야. 사실, 이걸 받긴 했으나 속으로 어떻게 반찬을 해야 하나 걱정했거든”


우선 낙지 ‘4마리’를 꺼내 밀가루와 함께 그렇지 않아도 깨끗한 낙지의 몸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다시물을 미리 준비하며 다진 마늘을 넣고 먼저 함께 육수를 끓인 후 낙지를 넣고 살짝 데친 후 건진다. 아빠가 드시기 편하도록 다리를 자르고 머리 부분은 더 익혀야 하기에 식사 전에 시간을 두고 다시 합체해야 한다. 냉장고에 있는 대파와 미나리를 고명 양념으로 쓰기로 했고 참기름을 마지막에 첨가하면 맑은 연포탕이 완성된다. 이에 매운 청양고추가 있으면 넣어도 얼큰한 맛에 감칠맛이 좋지만 아빠와 나는 매운 고추에 반응이 좋지 않기에 이번 요리에는 넣지 않고 자잘하게 썰어 필요한 사람만이 첨가하도록 따로 준비했다.


그렇게 이틀을 아빠 곁을 지킨 언니 그리고 형부와 함께 집밥으로 정을 나누고 내가 낭송 녹음을 하기까지 시간을 배려해주고 두 분은 퇴근을 했다. 덕분에 마음 놓고 작은 방으로 건너가 글과 하나가 되며 낭송 작업 영상을 준비할 수 있었다. 늘 가장 소중한 작품은 고요 속에서 고독을 친구 하며 태어나는 거니까. 사실, 아빠의 간호로 인해 가족의 모든 수고로움이 늘었다면 아빠가 항상 나누고 싶어 하던 가족 간의 시간이 늘었다는 게 우리의 변화된 일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살다 보면 힘들다고 생각하고 내 맘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내면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에서 치유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그것에서의 자유로워지며 자기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며 살아갈 힘을 찾을 수 있다. 자신에게 닥친 아픔과 고통의 순간에도 올바른 자유를 허락할 수 있는 ‘매일 실천하는 인문학 수업’에서 자신만의 언어와 생각 그리고 살아가야 할 현명한 태도를 설계하게 되는 일이 그러므로 매우 소중하다 할 것이다.


2021.8.15


지성 김종원 작가님과 함께 풀리지 않은 일상의 일을 사색으로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https://cafe.naver.com/globalthi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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