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라디오 낭송
김종원 시인, 가을의 길목에서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을 때 인생은 빛난다.
(네가 와서 좋다)
내가 책 한 권을 쓰는 과정
존경이란 오래 견딜 수 있다는 마음의 의지다.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아이들의 낭송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글 낭송
밤사이 잔잔한 파도처럼 긴 밤이 또 지난다. 아빠는 여전히 화장실을 자주 다니시는 것과 새벽을 혼자서 이겨내는 건 같아 새벽녘 나도 모르게 잠이 깜빡 든 것은 불과 3시간 정도이지만 그렇게 잠잘 수 있게 혼자서 침대에서 시간을 잘 보내주신 아빠께 감사하는 아침이다.
식사를 꺼려하신 건 같지만 여동생이 가득 끓여놓은 전복죽과 환자를 위한 두유처럼 생긴 영양주스? 를 사이사이 드시게 해 드릴 수 있어서 부드럽게 드시는 아빠도 곁에 있는 내 마음 또한 조금은 더 든든하다. 아빠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이제는 없는 것처럼 기억하는 일도 떠올리는 일도 연결이 되지가 않더라도 단 둘이 지내는 추억의 시간을 이렇게 함께 보낸다.
늘 지내던 곳이 아니라 그런지 자주 상황을 번복하며 말씀드리지만 아침나절에는 늘 이렇게 응수하신다.
“얼른, 가자 “
“이제 갈까나”
어디를 가자고 하실까, 기억의 회로가 연결이 되지 않아 아빠도 가끔씩 힘들어하실 때가 있다. 이곳 아파트의 입구가 살짝 오르막이지만 이 새벽 무렵 아파트 출입구 담장에 어우러진 키 큰 나무와 담쟁이넝쿨 사이로 뽀얗게 피어오르는 이 시간의 안개가 오늘 날씨가 맑을 거라는 자연이 들려주는 예보처럼 그 사이에 들리는 풀벌레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이 떠오르듯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나에게 다시 펼쳐지는 단 하나의 풍경 아래 마음이 교차할 때는 아늑한 그리움이 물결처럼 나의 모든 것을 웅장하게 적시어 마음의 볼그란 볼을 자극한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시간이 이른 지 아침 약을 플레인 요구르트에 함께 드리려고 하자 또다시 정색을 하며 약을 거부하신다. 잠시 또 정리되지 않은 어떤 기분이 아빠의 생각과 의지를 거부하게 만드는 모습이 낯설고 당황스러워 분위기가 이상해졌지만 아빠는 자신만의 드넓은 세계인 침대에 누워 잠들지 않은 시간을 뒤척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2관왕의 자리에 오른 금메달 리스트 김제덕 선수가 나오는 방송을 잠시 볼 때가 있었다. 참고로 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적이 거의 없다. 그저 누군가가 보고 있는 방송을 잠시 스치며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손주와 함께 할머니가 계시는 요양병원에 가서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앞에 두고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면회를 하며 아버지가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볼 때 도무지 남일 같지가 않아서 내 마음도 그처럼 뭉클하고 아팠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금메달을 할머니 목에 걸어 드리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뤄드린 것 같아 가장 행복합니다.”
어린 김제덕 선수의 예쁜 마음의 표현이 이렇게나 곱다.
생각해 보라, 아픈 것도 서러운데 병원에 갇혀 면회가 될지 아닐지도 모르면서 가능해도 칸막이를 두고 장갑을 끼거나 끼지 않더라도 만질 수 없고 안을 수 없는 체온을 느끼지도 못하는 서로의 강이 되어야만 하는 마음이 얼마나 슬퍼야 멈출 수 있겠는가,
오늘을 부디 사랑하자. 다시는 오지 않을 내면의 봄이란
따로 정해진 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진정으로 아끼고 모든 마음을 바쳐 자신의 영혼까지를 불태우는 삶을 꼭 살고만 싶은 인생이 가장 특별하고 다시없을 유일한 기쁨이 되는 거다.
2021.8.29
일상에서 풀리지 않은 일들을 인문학의 대가 김종원 작가님과 함께 사색으로 풀어가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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