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신을 가득히 사랑합니다.

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라디오 낭송 (4분 35초)

by 김주영 작가

가장 현명한 선택을 위한 집중의 기술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을 때 인생은 빛난다

때때로 멈추지 않는다면 배워도 배운 것이 아니다.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아이들의 낭송

지성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살면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있다.

''나이는 그대로인데 몸만 늙어가.''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어느덧 느려지는 몸이 나이를 실감 나게 하고 정열적인 의욕은 있으나 세대를 교체하며 뒷전으로 물러나야 함이 어른들의 마음에는 서글픔과 우울함으로 연결된다. 아빠와 함께 매장을 몇 군데 돌아본다. 젊은 직원들이 열심히 '구두' 사이즈를 묻고 제 사이즈를 찾으러 창고에 다니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 수고는 당연히 해야 할 직원의 기본 의무이지만, 매번 창고를 다녀오는 게 버거운 에너지 소모가 될 일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손님을 대하는 시선은 제 각각이다. 서서 고르고 기다리실 어른들도 쉬운 일은 아니다. 원하는 구두를 고를 때까지 그대로 서있어야 하고 다른 서비스도 기대할 수 없고 구두 가격은 세일을 해도 단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구두 가격에 비해 기분 나게 손님을 맞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딱 그만큼만, 더 이상의 고객 감동은 없다.


한 매장에서 보기 드문 밝은 모습을 보았다. 두리뭉실한 인사와 어른을 맞는 반가움을 표시한다. 명함까지 내밀면서 구두 '세 켤레'를 고르게 하는 모범적인 사원이었다. 아빠는 쇼핑하러 나가기도 어려우시고 필요했던 만큼 날을 맞춘 외출을 하신 거니까, 충동구매나 과한 쇼핑은 결코 아니다.


서글하게 인사를 한 직원이 이렇게 응수한다.

“아버님, 아버님 지금 신고 계신 구두

제가 닦아드릴게요.'’


''괜찮아요. 나, 신고 있는 거 집에 가서 버릴려는데!''


''아니요. 가죽 색 바랜 것도 다시 제 색으로 나옵니다. 지금 바쁘시겠지만, 딱 1분만 제게 시간을 내주십시오.'’


다른 매장을 둘러볼 수도 있는 손님을 놓치지 않고 자기 손님으로 매상과도 연결시켰고 오랜만에 살가운 응대를 받는 것 같은 고객도 기억에 남을 만족할 수 있는 쇼핑을 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또 오십시오''


깍듯하게 인사를 했음에도, 구매를 하고 돌아서 가는 어른을 향해 큰 목소리로 행복한 메시지를 다시 전한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정해진 판매를 하면서, 그 직원은 꼭 필요한 어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사랑이란, 틀에 가둬둔 기준만큼 똑같은 방법으로 사랑을 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식들도 말로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입 떼지 못하는 말을 그 사랑과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속에 허리 굽혀 낡은 신발을 신은 고객의 구두라는 '발'을 스쳤고 '사랑'이라는 외침으로 쓸쓸하게 잠시 약해져 가는 손님의 존재감을 따스한 "인정'으로 안아주었다. 그렇게 누구나 용감하게 살 필요가 있다. 잠시, 우리 조금만 더 용기 내어 찾으려면 보이는 흔한 '사랑'이라는 것을 '정'으로 만지면서 폼나게 살자.

(2020.8.29일 글 중에서)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그때의 이야기다.

2021년 8월 29일 오늘 아빠는 그 신발을 더 이상 신지 못하고 구두가 아닌 슬리퍼 한 켤레가 현관에 놓인 아빠의 구두가 되었다. 신발을 신고 벗기조차 버거운 일이기 때문에 지금은 거동과 신고 벗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은 아빠와 함께 쇼핑을 하며 거닐던 그날이 눈물 되어 이 시간에 점점 흐르고 만다. 아빠는 그날을 이렇게 오늘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 주셨구나.


2021.8.31


일상에서 풀리지 않은 일들을 인문학의 대가 김종원 작가님과 함께 사색으로 풀어가는 빛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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