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낭송 (7분 4초)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어제는 집에서 자동차로 50분쯤 소요되는 도로를 지나 볼일이 있는 곳을 향했다. 근처 영광 백수 해안도로를 그야말로 잠시 내려 멀리서 보고만 왔다. 아이들 어릴 때는 가끔 가던 곳이지만 이제는 명절 즈음에만 한 번씩 가게 되는 곳이 되었고 바다를 볼 수 있는 휴게소전에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또 하나가 만들어져 있어 잠시 차에서 내려 큰 애가 멀리서 내 사진을 찍는 순간 우리는 탄성을 보냈다. 까만 초가을 원피스를 입고 서있는 내 모습을 아이가 포착하여 한 번에 근사하게 엄마를 잘 찍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광장에 서면 눈에 들어오는 작은 푸드 트럭이 아닌 간이로 만들어진 음료 부스에는 ‘엄나무 식혜’를 만들어 페트병에 담아 한 병에 5천 원씩에 팔고 있는 할머님이 참 인상적이었다. 기온이 여름을 능가하고 아이들에게 시원하게 한 잔씩 주고 싶은 마음에 다가가 보았고 몸에 좋다는 각종 나무를 깔끔하게 자르고 포장해서 효능과 나무의 이름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늙으신 할머님이 운영하신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구색과 컵 그리고 담아갈 봉지까지 깔끔하게 비치해두었고 알록달록 사각 아이스 박스에 보관된 식혜 또한 시원함을 유지하며 나무향이 목을 타고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어떤 사람은 두 병씩을 사가기도 하고 어쨌든 몫도 좋고 주인의 향기가 참 인상적이라는 마음과 기억에 남는 주인의 모습이었다.
나이가 들며. 이렇게 근사하게 늙는다는 것 같으로 보이는 것을 내 보이기 위함이 아닌 자기의 일을 가지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삶을 실천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을 보면 나도 그렇게 무언가 해야 할 일을 죽을 때까지 하며 살아가는 내면과 생각의 힘을 쓸 줄 아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함께밀려온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글을 쓴다는 것 좋은 글을 낭송한다는 것 이처럼 일상에서 죽을 때까지 글과 언어로 된 책을 곁에 둘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진정 변하지 않은 사랑 안에서 죽더라도 그것들과 함께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202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