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낭송 (7분 39초)
마음과 생각이 자라는 인문학 산책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글 낭송
위의 낭송 글과 함께 하는 김주영의 카카오 뷰 큐레이션
아빠를 그렇게 병원에 두고 돌아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휠체어를 탈 수 있으면 1층에서 가족 면회가 된다고 들었고 그게 되지 않을 때는 면회할 사람은 코로나 검사를 한다면 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며 누워계신 아빠께도 매일 올 거라고 치료 잘 받고 계시라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아빠를 두고 돌아서 나올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핑계라도 댈 게 없었다면 과연 그날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병원에서도 그렇게 말해야만이 서로 간에 흐트러지지 않는 질서가 지켜질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은 휠체어에 앉을 수가 없고 우리 가족만 병실에 드나드는 일도 옳지 않겠지만 아빠가 계신 병원에 가서 꼭 부탁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여동생이 간호사와 연결해서 영상통화를 하는데 화면만 보이고 음성이 들리지 않지만 곱게 누워계신 아빠는 분명 우리가 아무도 오지 않는 거라고 마음으로 이미 너무나 기다리시는데 그 시간을 어쩔 도리가 없어 참고 계시는 게 눈에 선하다. 신장 투석을 하면 피부가 까매지신다는데 그렇게 보이는 것뿐 누워계신 아빠의 모습이 그대로라서 더욱 보고 싶어 지는 아빠의 냄새가 그리워지는 밤이 깊어만 간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생과사를 두고 가슴 아픈 거리가 참 많이 아프고 또 변해야 하는 세상의 변화가 멀게만 느껴진다. 아빠를 결코 그냥 둔 게 아닌데 그냥 둔 게 되어버리는 게 마음속에서 걸리는 것이 참 많이 무겁다. 매일 아빠를 보듯 아빠가 계신 아파트로 달려가지만 가지런히 비어 었는 아빠의 향기가 가득한 침대만이 우리를 보고 있고 아빠를 드릴 슈크림빵도 이제 상상하다 보면 행복한 눈물이 함께 흐른다. 아빠와 거닐던 점심시간의 풍경도 모두가 그대로인데 아빠만 멀리 계셔서 바람 부는 도로를 지나며 함께 했던 그날을 느끼듯 모두가 제자리에서 머리와 마음과 눈을 감으며 아빠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나는 매일 아빠와 함께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빠와 함께 했던 그날만이 아빠가 남겨주신 선물이니까 아빠의 동산처럼 지성이 내린 대지가 있어 늘 하루를 숨 쉬듯 그곳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며 먹먹한 마음을 안고 나는 다시 갈길을 갈 수 있어요.
언제 어디서나 아빠를 가득 기다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립기만 합니다.
202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