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인문학 낭송 (7분 15초)
김종원 작가님의 살아가는 날들 속에 지혜로운 이야기를 매일 다양하게 이곳에서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 점심을 준비해두고 집을 나섰다. 엄마 아빠 집에 와 오전 작업을 조금 하다가 집 근처 로컬 푸드 매장에 갈 일이 있어 엄마와 같이 점심 메뉴를 고르기에도 식당 구색이 많지 않지만 한 곳을 선택하는 곳이 있다.
이곳은 손님 즉 우리가 입구에 들어서는 시간이 사람이 많지 않은 열한 시 즈음이라서 그 시간은 직원들 모두 오픈 준비를 하다가 7080 감성을 자극하는 사장님의 준비된 신호에 따라 Q사인을 하듯 바로 울러 퍼지는 음악소리가 어떤 옛 추억을 후비듯 이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잊고 있던 한구석의 음악을 상기시키는 것처럼 지난 어느 날 아픈 청춘으로 다가가는 느낌이 나름 괜찮다.
그러나 메뉴는 청국장이나 김치찌개에 솥밥과 간장 게장에 반찬이 나오는 한식인 게 조금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제법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국이나 찌개를 전혀 드시지 않는 친정엄마도 이 집 청국장 상을 처음 받아보는 기분이 어느새 어린 시절로 가 계셨다.
“어렸을 적에 외갓집은 항상 청국장을 띄웠는데
그때는 왜 그리 그 냄새가 싫었을까나,
절대로 먹지 않던 음식이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맛이 구수해서 한 그릇 다 먹었구나.”
이렇게 말하는 엄마는 그 시절 앞에 이미 와있는 외갓집의 외동딸처럼 순수해 보였고 남겨진 그날 속에 담긴 가족들 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따스해 보였다. 아빠가 계셨으면 이미 여러 번의 가을 길을 오갔을 텐데 2021의 가을은 늘 멀리서 풍경을 보지만 집 근처 농업기술원에서 관리하는 수목원길을 엄마와 함께 걸으며 짙어지는 단풍과 이미 져가는 낙엽 사이에 아빠 모습을 그려 넣으며 평상시 일만 보를 걷는 엄마는 오랜만에 나와 함께 2800여 걸음을 나누며 태양을 함께 타서 마셨다.
우리에게 다시 오지 않을 날이 바로 오늘이다.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나의 길을 가는 법을 지성의 언덕에 서서 나는 가장 좋은 햇빛을 내게 줄 수 있음이 가장 행복하거나 아름다운 나만의 영원이라는 것만이 내가 가진 온전한 오늘의 전부다.
202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