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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Dec 03. 2021

당신께 가장 좋은 것만을 드린다는 그 말의 위대함

오늘의 인문학 낭송 (9분 34초). 위즈덤 하우스 도서 이벤트 안내

마음과 생각이 자라는 인문학 산책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매일 인문학 달력 낭송

위즈덤 하우스 도서 선물 이벤트 안내 ~12일 까지

위즈덤 하우스 에서 ‘시보다 좋은 엄마의 말은 없습니다.’필사하고 선물받기 이벤트를 진행중입니다.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친정은 가끔씩 김으로 부각을 만들기도 하는데 언니가 김 한 봉지에서 조금은 먹고도 많은 김을 가져오자 우리가 집으로 돌아간 후 엄마는 찹쌀로 풀을 쒀서 대략 5시간 정도 이렇게 165장 의 김을 반으로 접어 풀을 바르고 깨를 놓아 진열해 놓으셨다. 그냥 쉬시라고 해도 한적하고 고요한 시간을 가만히 지내지 않으신다.


오늘의 바깥 날씨가 차갑다가 바람이 불다가 비가 오다가 해가 나다가 오늘 하루는 이럴 거 같다. 마치 우리들의 나날처럼 말이다. 엄마의 마음이라는 게 늘 그렇다. 자기의 몸과 불편함은 생각지 않고 자식에게만큼은 괜찮다고만 말하는 아련한 것들이 있다.


난 어려서부터 엄마의 말과 다른 생각이 좋지는 않았다.

어쩌면 마음속에 입력이 된 어떠한 삶의 고립 앞에서 그저 엄마라는 그 단어마저도 내 마음속에서 풀지 못하는 타인에 의한 강제적 배분이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엄마라는 단어가 그리 쉬운가. 부르기만 해도 마음을 적시는 모성애라는 게 어쩌면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눈을 감지 못하도록 떠오르는 지독한 연상이 될 테니까


엄마는 단 한 번도 내 마음이 편한 적 없는 가시 같은 감정과 언어의 다른 표현이 자신을 지배해야 견딜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런 엄마라서 항상 더 마음으로 간직하게 되는 또 다른 감정이 쌓여 차지하게 되는 연결고리가 생성되고 나는 어떠한 큰 벽 앞에서도 엄마라는 그 단어 하나로 늘 엄마의 바다를 그리며 애증이던 사랑이던 그 모든 것을 마음으로 이어가야 견딜 수 있던 날이 많았다.


그런 내가 또 이제 19살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와 부모라는 사람의 갈길은 늘 멀고도 긴 일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식의 나이 50살이 지나도 부모의 눈에는 아직도 하나하나 챙겨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라서 몇 시간 같이 있다 내 집으로 돌아올 때 나는 어색한 잠시의 틈을 골라 엄마를 안는 방법은 아빠가 병환에 계실 때처럼 늘 볼에다 내 볼을 대며 꼭 안아주는 단 1분이 걸리지 않는 시간을 공략하는 것이다. 어처구니없이 다 큰 딸이 부모의 볼과 가슴으로 다가가면 어이없는 미소가 저절로 피어 나오게 되어있고 그러므로 우리는 가족과 인간이 나누는 생명의 온도를 지피는 하나의 시작이며 헤어지는 순간에 행복한 인사를 만드는 것이다.


아빠께는 곁에 앉아 늘 뽀뽀를 했고 엄마는 현관 입구에 서서 내 친화적인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다 보면 이제는

주름진 엄마의 볼이 내게 와닿고 어느 순간 엄마는 볼을 수줍게 움직여 세상 모진 풍파를 이겨낸 센 엄마는 그저 부끄러워 함박 웃는 스스로에게 잠재된 소녀로 변신한다.


누군가의 아이가 자라나 또 어른이 되고 다시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자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숭고한 사랑이 바로 인문학적 사랑이며 누군가를 살게 하는 가장 예쁜 사랑일 테니 가장 좋은 것만을 담아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진심이 내가 걷는 길이며 지성의 길 위에서 발견하는 깊은 사랑의 영원한 본질은 더욱 선명해진다.


20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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