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낭송 (4분 50초)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김재환 님의 pray 노래와 함께 듣습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마음이 편한 대로 그저 자유를 허락한다. 아빠가 계시는 요양병원이 자동차보다는 지하철이 빠르긴 한데 오늘 드실 반찬과 필요한 물품을 전해드리러 갈까, 주말이면 혼자 계시는 엄마를 뵈러 갈까 오늘 우리 동네 5일 시장이 열리는 날이라서 시댁에 들러 명절에 준비하실 것들을 사러가야 하나 생각만 하다가 멈추고 내게 휴식을 주는 게 가장 좋았다. 주말이라고 해도 따로 주말이 없는 중년의 시간은 언제부터인지 내게 다가왔으니까.
둘째는 명절 연휴가 있어 일요일인 오늘까지 학원 보강수업을 받고 돌아왔고 그 이후 움직임이 없이 집에 있는 게 아이들에게 따분함이 되는 건가라고 생각해 보지만 차라리 주저하며 외출하지 않은 것도 나쁘지 않다. 할 수 있는 날 함께 나들이를 하는 게 더 좋을 거라는 현실이 늘 마음에 남는다.
언젠가 감사히 받은 선물 쿠폰이 오래 저장되고 사용할 시간이 없이 지나가는데 요즘에 가끔 유용한 일상의 색다른 놀이처럼 잘 쓰게 된다. 지난번에는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테이크 아웃으로 매장이 아닌 차 안에서 마시며 즐거웠고 오늘은 큰아이가 잠시 볼일이 있다는데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교환해오기로 했다. 카톡 쿠폰으로 배달이 가능하다고해서 둘째가 배달을 시도하는데 배달료가 2.000원 인 데다 만나서 현금 결제는 되지 않고 카카오 페이나 카드사를 선택하라고 하는 게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딸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져오기를 부탁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리의 주말은 고요 속에 묻힌 어느 날과 같이 조용하게 지난다. 오후가 되자 온라인 서점 예스 24에서 주문창에 내 주소 기록과 받는 분의 주소를 하나씩 기재하고 확인하다 보면 모든 차례를 마칠 때 결국 최후에 배송지역이 불가하다는 안내가 나오는 건 같은 지역 또는 다른 지역에서도 어느 지역이 불가한 지역인지 의문이 간다.. 배송비 때문인지 택배 파업 때문인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이유인지 시절의 흐름을 확인하게 되는 일이 되는 것 같다.
무엇을 하지 않아서 가능하다. 내게 허락된 이 시간은 오늘이라서 부르는 나의 질문과 함께 한다. 일상을 비추는 마음과 생각은 언제나 내 곁에서 바람이 되고 빛으로 남아 함께 머물고 있으니까.
2022.1 김주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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