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낭송 (4분 28초)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김재환 님의 노래 paradise와 함께 듣습니다.
“보여도 보이지 않은 것
보지 않아도 바로 보이는 것”
지인의 병원에 2명의 간호사가 또 바뀌었고 그들은 나에 대해 아니 내 혈관 구성에 대해 다시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치료를 받고 병원에 온 김에 수액 하나 맞고 가라는 원장님의 처방대로 아픈 어깨에는 LED 의료기기인 힐 라이트로 빛을 쪼이고 250cc의 링거를 맞고자 주사 바늘을 연결해야 하는데 왼쪽 오른쪽 팔과 손등을 만지작 거리고 두드리며 첫 번째 간호사가 자신에게 맡기라며 다른 간호사를 돌려보내는 걸 보고 왠지 성공할 것 같아 기대했다.
“아, 이쪽 혈관이 괜찮을 것 같아요.
음, 살짝 꺾여있긴 한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왼쪽 팔은 포기하는데 이 분은 왼쪽에서 분명 찾았다는 말에 나도 온전히 희망하고 싶었다. 성공인지 아닌지는 살 속으로 들어가는 바늘의 느낌부터가 다르다. 성공은 순간 깊숙이 파고들어도 덜 아프지만 실패는 겉으로 느껴지는 살을 꼬집는듯한 아픔이 계속 따끔거리는 게 분명 다르니까, 역시 주삿바늘이 닿을 때부터 표피에 느껴지는 헛된 아픔이 입에서 ‘아’라는 소리가 계속 나오게 만드니까.
조금 더 경력이 있어 보이는 두 번째 간호사가 내게 교대로 접근했다. 역시 헛된 살을 찌르고 실패했으나 이번 간호사에게는 말로서 환자를 이해하는 여유가 있다.
“아, 어떡해요. 안 그래도 몸이 불변해서
수액을 맞으시려는 건데 두 번이나 실패해서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 의사 선생님 시술 끝나시는 대로
부탁드릴게요. 어깨에 빛 쪼이시면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서투르지 않고 한 번에 아니 두 번에라도 성공하던가 몇 번을 쑤시고 시도하고 그저 끝나던가 둘 중 하나라는 것을 그러나 예전이었다면 실패 후 찾아오는 극심한 아픔도 견디기 힘들어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겠지만 이제는 점점 시도하고 배워야 하는 그들에게 실기용 마루타가 되어 한 명이라도 그리 쉽지 않은 내 혈관을 찾아가는 자신의 도구로 쓰며 성공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던 중이었으니까. 어쩌면 그들의 깊은 시선과 배우려는 마음의 크기를 확인하게 되는 현실에서 주어지는 보려는 자와 한 번의 기회를 놓치고 보내는 누군가의 손길과 관심을 보고 싶은 마음이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나는 두려움의 순간을 함께 스치며 맞이한다.
잠시 후 여전히 나를 아는 의사 선생님은 오자마자 자주 성공하지 못하는 왼손 그것도 맞으며 누워있는 동안에 자세가 편한 손등을 눈으로 두드려보지도 않고 확인한 지 단 1초 만에 스윽 단번에 가볍게 성공시킨다. 10중 9 이상은 늘 오른쪽 팔의 중간 부분 접히는 곳쯤의 혈관만을 사용하기에 왼편에 놓아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에게는 은인이며 같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시켜주는 근거가 될 수 있으니까.
오늘도 나와 둘째의 인연을 설계해주신 고마운 나의 선생님 나에게 꼭 필요한 혈관을 잘 잡아주시는 감사한 선생님
내가 맞는 수액만큼은 꼭 마음이라는 비용으로 선물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정성으로 다시 살아갈 좋은 기운을 내고 열심히 지성의 공간에서 책을 만나고 평온을 부르는 예쁜 음악을 따라 글을 쓰며 또 나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고운 분들 이 공간에 찾아와 주시는 따스한 걸음들 당신이 있기에 제가 또 일어서 글을 쓰고 걷습니다. 2022 새해에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행복 가득하셔요.^^
202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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