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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Feb 01. 2022

인생과 행복을 위한 충고

오늘의 좋은 글 낭송 (10분 30초)

김종원작가님의 글 낭송

김재환 님의 겨울 왕국 ost와 함께 듣습니다.

낭송글과 함께 만나는 김주영의 블로그 공간입니다.

명절 음식도 시어머님께서 나이가 드신 만큼 내가 나이 든 만큼 가짓수도 줄어든 건 좋은 일이지만 줄어들어도 명절날 보내는 시간과 경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걸 보면 음식양이 줄어도 줄지 않아도 명절은 명절이다. 항상 시부모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따뜻할 때 먹어라. 다 너희들 먹으라고 장만하지

누구 줄라고 하겠냐”


그러나 며느리도 어른도 손과 물과 몸으로 움직여 만든 것들을 편하게 앉아 마음껏 먹지는 못하는 게 말에 담긴 의미와는 조금 다른 명절이며 현실이다. 식사와 음식 제한을 크게 하시는 어른들께서는 거의 드시지 않은 명절 음식이고 차례도 지내지 않지만 해마다 이런 명절이 다가온다.

3가지를 하던 전감에서 올 해는 소고기 육전 재료만 준비하셨고 그냥 밀가루에 옷 입히면 빠른 것을 어머님께서는 고기가 들러붙는다며 한 장 한 장을 밀가루를 일일이 체에 뿌리며 옷을 입힌다. 물론 계란 20개를 소금과 마늘 파 그리고 생강가루를 넣고 저으며 푸는 건 내가 준비하고 바깥 베란다 싱크대에 서서 뚝딱 지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전기 프라이팬을 바닥에서 깔고 하자니 몸의 관절들과 접히는 무게감들이 나를 누르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 가지만 하며 고기전의 양은 다른 때보다 조금 늘었고 맛은 역시 촉촉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육전이 완성된다. 항상 하던 대로 계절이 찾아오면 주워오시는 분들께 공수받은 도토리 묵가루를 풀어 묵도 써두셨고 죽순 나물과 고사리 역시 시중에서 파는 게 아니라 직접 누군가 채취한 것을 구해 반찬을 만드시니까. 생선도 병치와 조기를 찜솥에 찌지만 올 해는 생선 역시 작게 찌신다는데 시누께서  멀리서 내려온 큰 조카 일정에 맞춰 오늘 시어른들을 찾아뵙고 얘기를 나누다가 생선 찌는 일 이것만은 하지 않고 아빠가 계시는 병원으로 면회를 하기 위해 지하철에 앉았다.


이제는 나이 드신 분들을 뵈러 가는 곳이 집으로 찾아뵙던 의식이나 문화에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보이고 듣게 되는 건 그렇게 느껴지고 보이는 세대로 접어든 건가 인생이 역시 영원하지 않다.

나이도 늘 세월을 흐른다. 죽는 날까지 나를 붙들고 살 수 있는 것도 건강이 허락할 때다. 건강이 달아나면 살아 있어도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조금 일찍 도착해 아빠를 뵙기 위해 병원 앞에 앉아 세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이 병원 현관은 늘 햇살이 화사하게 머물러 아빠는 해가 비추는 5층에서 호텔에서 즐기듯 노후의 요양을 하고 계신다.


아빠가 보고 싶다. 볼 수 있으나 만질 수 없고 눈으로만 만지고 보고 꼭 안아 드려야 한다. 아빠의 젊은 날이 지난날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인간들의 연가라서 다시 마음과 눈물을 훔치고서야 지성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또 내일의 정 한 시간의 향기는 꼭 돌아온다.


2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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