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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Oct 23. 2020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2020.7.10

천둥 번개와 비가 요란하게 내리기 시작하자 루틴 '6일째' 달리는 시간이 되었다.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일어나서 자리에 앉아 발을 굴리고 있다. 어제 저녁 식사는 지금 생각해도 향기롭게 기억된다. 언제나 신선함을 믿고 기대하게 하는 몇 가지 품목과 착한 가격으로 인기 있는 로컬푸드 매장에서 사 두었던 싱싱한 ‘새우’와 ‘느타리버섯’과 ‘햄’ 그리고 ‘마늘’을 넣고 새우 감바스 요리를 지난밤 저녁 메뉴로 준비했다. 재료가 싱싱해서인지 요리를 하는 동안 구수한 각각의 하나가 모여 향미를 풍기며 식감을 자극했고 마늘과 소금으로 간을 약간 하고 후추 대신에 집에서 키우는 ‘로즈메리’ 잎을 살짝 끊어서 넣어 주었다.

간단하면서 맛은 있는 밥반찬이나 술안주로도 어울릴 만한 특별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내 저녁 식사만큼은 '6시' 이전에 먹게 되는데 시간도 딱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모여 함께 먹을 수 있었다. 가끔은 6시가 지나게 되면 아이들만 저녁을 차려주기 때문이다. 요리가 간편하면서 특별한 메뉴 통통한 새우와 버섯과 햄이 씹히는 그 맛이 근사한 레스토랑에 앉아서 스페인 요리를 먹고 있는 듯 모두 행복해하며 식사시간을 즐겼다.

둘째는 음식에 관해 표현을 잘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이런 표현을 했다.
" 재료를 보면 특별히 다른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맛이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는데 새우와 버섯을 씹는 맛이 오묘하게 잘 어울려요. 이 재료 그대로 스파게티를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스파게티면 말고 얼마 전 마트 이모가 주신 칼국수 면이 있잖아요." 이 말은 아이가 직접 요리를 해보겠다는 예약과도 같은 말이라서 흔쾌히 이번 주말에 다시 만들자고 약속을 했다.

아이들의 추억 속에 또 하나의 맛있는 기억을 만든 것 같은 기분이 바로 '행복'이다. 종원 작가님이 올려주신 음식 추천 사진과 맛은 언제나 믿게 되는 '감바스 알 아히요' 의 맛과 같다. 음식에서 재료가 꼭 똑같이 들어가야 하는 법은 없다. 주재료에 어울릴 만한 냉장고 속 야채를 생각하고 그에 어울리게 최선을 생각하는 감각을 이용할 수 있으면 된다. 빨간 건고추가 없으니 넣지 않았고 브로콜리가 싱싱해 보이지 않아서 사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새우 (감바스) 전치사와 정관사 (알) 마늘소스 (아히요)의 기본에 충실한 그 맛을 제대로 낼 수 있었다.

갑자기 어느 날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날 만큼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음식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시간을 예약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식탁과 마음의 기억을 밝혀 준 '소울 푸드' 하나가 아이들과의 평범한 한 때를 행복과 안정과 영양으로 책임진 아름다운 밤이었다. 부족하지만 자신의 재료와 능력을 하나로 사용하며 맛을 내는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작은 하나가 추억이 되는 순간은 평범하기에 특별함을 남기는  일상의 소중한 재료들이다."

20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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