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문학 낭송 (12분 6초)
인생의 봄이 언제인가. 글쓰기를 하려는 당신에게 외
지성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모처럼 마주 보는 길가에는 개나리 꽃이 마치 어사 행렬을 그리듯 가지를 뻗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가오지는 않고 조금은 먼 곳에서 피어나 하늘하늘 고개를 내민다. 언제나처럼 이 길을 지나올 때는 가슴에 사무친 날의 아픔과 슬픔과 웃음과 눈물까지도 저장된 지난날들이 구름을 따라 사라져 가고 인생이 내린 삶의 선물처럼 마음과 생각 속에서만 이제는 말없이 피어나니까.
여전히 모든 것이 변함이 없고 많은 것이 변하여 가고 나이와 노세가 지나는 길목에서 변할 수밖에 없는 인생이 무상인 것이 인연과 잡은 손을 놓는 그러한 일인가 친정 아빠가 타시던 자동차가 주차해 있던 보기만 해도 꽉 채우던 그 자리가 텅 비어 우리들의 가벼운 소리만이 바람결에 뒹굴고 주변 모든 게 그대로인데 아빠만 이곳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늘 여전히 먹먹한 꿈이다.
사무실에서 일정이 있다 보니 엄마께는 오늘이 아닌 내일 갈 시간이 될 것 같아. 이곳에서 가장 빠르게 배달되는 딱 한 군데 식당에서 배달을 할 때도 식사가 도착할 때도 그리고 그릇을 치울 때도 계속해서 아빠가 그대로 떠올라 내게는 아빠가 아직도 보고 싶은 커다란 아빠의 자리를 그대로 느껴야 한다.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 그립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조차 이제는 점점 무슨 의미가 있기는 한 것인지 집으로 돌아와 그냥 아빠 생각을 해도 아빠가 없다. 바빠지는 중2 아들의 스케줄을 보며 나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야 하고 다시 아빠 생각을 하고 마음과 생각으로 하는 것 밖에는 이제 할 것이 없는 것 같은 날도 있을 테니까.
오후에 비추는 적당한 햇살 아래서 눈물에 비추는 이름 모를 빛의 파장들과 글과 이 공간에서 나부끼는 지성에게서 차오르는 묵직한 침묵만이 이대로 다시 살아가야만 하는 꼭 잘살아야 하는 남겨진 날들만이 긴 사유가 될 것이다.
말로도 글로도 다 하지 못하는 가슴 치는 이런 마음을 따라 빛을 따라 지성을 따라 서럽게 눈물이 흐를 뿐 침묵과 고요가 아니면 그 무엇이 이를 답할 수 있는가.아무리 생각해도 대답없는 인간사의 메아리가 세상에는 존재할 때가 아주 가끔은 있는 것 같다.
202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