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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by 김주영 작가

오늘의 인문학 낭송 (3분 39초)

우리에게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외

지성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오늘은 엄마 집으로 출근했다가 남동생과 언니 엄마랑 근처 벚꽃이 만개한 거리로 나가게 될 것 같다. 잠시 바람을 쏘이고 가까운 곳에서 식사라도 하자는 마음이 보내는 선물 같은 제안이니까. 크게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그러기로 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광주광역시 남구 송학동에 위치한 서창 한옥마을 바로 옆 ‘가배당’이라 읽히는 글의 느낌 그대로 카페까지 가는 도중에 가배 가배 왠지 조선의 고종황제가 커피를 애호하던 시절에는 커피를 가배라고 부르지 않았을까를 사색하듯 정감 있는 가배당을 입과 머리로 되뇌다 보니 이 언어가 혹시 ‘커피당’ 일까?라고 질문하게 되었고 이곳으로 여인들을 초대하는 남동생이 한자어로 커피를 뜻하는 바가 맞다고 했다.


어릴 때 늘 바쁘시던 친정 아빠는 가끔씩 꼭 짬을 내어 자동차 한 대에 모두를 태우고 어디든지 ‘답사’시켜주시길 좋아했고 오가는 차 안에서는 언제나 끊임없는 퀴즈를 내고 사투리처럼 친근한 아빠 표현에 의하면 ‘각자 노래를 한 자리씩’ 부르게 유도하셨다. 그럴 때면 부끄러움보다는 가족이 함께 있다는 그 하나로 부끄러워도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아빠가 사회를 보며 가족 오락관처럼 진행해 주셨으니까.


도착한 가배당 카페는 도심 속이지만 한적한 도로 길에 존재하는데 옛날식 한옥집 테두리는 그대로 두고 시설을 안정되게 보수한 것처럼 정감 있는 풍경이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먼저 음료를 주문하고 ㄷ자형 동선에 따라 좌식으로 만들어진 방 안으로 들어가 머물 자리를 잡게 되는데 엄마는 그저 햇살 아래 앉을 수 있는 야외에 놓인 테이블이 좋다고 하셨다.


커피맛도 쓰거나 탄 맛이 아닌 왠지 가배스러운 그 맛이라고 할까. 메뉴 중에 카푸치노가 없고 카페라테는 있어 부드러운 거품이 연한 커피 위에 앉은 하얀 솜사탕처럼 달콤해 보이고 테이크 아웃 용기가 아닌 사기그릇 잔에 담아 마시는 맛이라서 그 기품이 다른 걸까. 아직 바람이 싸아 하지만 지저귀는 새들 소리와 대문에 걸친 천 조각들이 바람 따라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순간들까지 한적한 맛이 좋아 주말에도 이곳에는 가족단위 찾는 사람들이 북적이며 많다고 한다.


오늘을 ‘마지막 질문’ 하듯 잔잔한 옛날 얘기들을 따라 길가 옆 테이블에 앉아 또 하루를 장식하는 기분은 잔잔한 구름처럼 주름이 웃는 엄마와 언니와 나 그리고 남동생 곁에서 친정 아빠도 그저 함께 계셨다. 늘 아빠가 이런 날을 기념해주셨듯 점심 식사와 아이들 저녁 메뉴까지 해결해 주는 남동생의 마음처럼 지성이 드리운 하늘과 땅 아래에 자리잡고 마주 앉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이처럼 또 소중할까.


항상 좋은 글 그리고 좋은 마음 좋은 생각만을 창조하는

글을 읽고 쓰고 말하는 과정이 결국 자기 삶에 앉아 움직일 때 인간은 할 수 있는 희망을 기대하지 않아도 자기의 삶 속으로 투영되는 근사한 산책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삶과 죽음이 늘 하나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고 말 할 수 있는 영감의 근원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삶의 가득한 축제이며 오늘을 가장 아름답게 살게하는 사색 속에 머무는 큰 자본이 될 것입니다.


2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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