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머무는 정원 인문학 낭독 (7분 21초)
https://youtu.be/s8KPdh2LkIk
생각으로 가는 기차, 당신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요? 이 교정지 사진을 보며 무엇이 느껴지시나요? 시어머니,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고통을 견디면 단단한 기쁨을 만난다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아빠랑 함께 했던 사진을 보며 아빠랑 함께 했던 날이 그대로 선명하다. 가능하도록 출근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 3시 가 지나 투석이 끝나는 시간에 아빠를 보러 가고 싶다. 많은 바가 예상되면 토요일쯤 요양병원으로 면회를 갈까 생각했고 다행히 아직 날씨가 괜찮아 딸과 함께 길을 나선다.
2020년 10월 고흥으로 언니와 함께 떠난 그날이 먼 곳으로 드라이브를 간 아빠와 만든 마지막 여행이었다는 게 믿기질 않을 만큼 그날이 그립고 당시에도 눈에 보이지 않은 불편한 증상들을 견디고 계시는 건 아닐까. 아빠의 모습이 사진으로도 편하게만은 보이질 않아 그 순간을 잠시 느낀다.
함께 해도 대신해줄 수 없고 떨어져 있어도 어떻게 해드리지 못하는 인간은 누구나 결국 혼자라는 생각에 그날의 사진에 남은 여행이 참 귀한 우리의 추억으로 남아 시간을 따라 날아와 주니까. 우리가 간 중식당에서 해물덮밥 맛이 좋았을 때 몇 해전 아빠 생신 때 갔던 코스요리를 함께하던 날 아빠가 떠오르고 어딘지 놓인 믹스커피를 보아도 아빠가 생각나고 가끔 아니 점심만큼은 항상 집에서 잘 먹지 못하는 비싼 소고기와 산지 회집에서 해물과 대게 낙지 등 무엇이든 아낌없이 내주시는 아빠의 마음이 다가와 언제나 다정한 아빠가 늘 함께 계신다.
아빠 투석이 끝나고 잠깐 차와 함께 할 간식으로 계란말이를 준비했다. 밖에서 드시는 것과 집에서 한 맛이 다릁테니까. 이것도 한 줄에서 반틈을 담는 것 외에 많은 양도 필요치 않은 우리와의 만남을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렇게 갈 수 있고 볼 수 있는 지금 또한 아빠가 우리에게 남겨주시는 큰 선물이자 기억 너머에 쌓아주시는 특별한 유산이니까.
병원 앞 아파트 공원이 아늑하게 조성되어 있는 벤치에 앉은 소풍을 나온 사람들처럼 날씨도 반기듯 비가 오지 않고 바람이 적당히 부는 곳에서 우리는 이 아늑한 시간을 오늘이라는 그림 속으로 조금씩 그려간다. 딸아이를 알아보고 이름이 가물거리다가 두 글자를 불러주시는 아빠는 역시 살아있다. 이처럼 갇힌 게 아닌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하러 옆 건물로 잠시 외출을 하고 잠시 반가운 이들의 보필을 받는 일 자연 속에서 나와 아빠와 또 그토록 사랑하는 둘째의 딸 손녀와 함께 하는 이 풍요로운 감사를 부르는 은혜의 날을 기억합니다.
일상의 푸르른 지성이 깔린 고요의 세상이 풍경 속 침묵으로 피어나 가득히 파고듭니다.
2022.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