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낭독 (김종원 저)
어제 오후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 가끔 가는 하늘이 잘 보이는 식당에서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치킨이 좋은 것 같아 어른과 아이들의 메뉴를 바꾸어 선택을 하니 더욱 단조롭게 움직일 수 있어 좋았다. 주문을 하고 평소보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지체되었고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늘었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으로 시간을 맞춘 사람들이 있는 이유라 생각했다. 음식이 늦다고 잠시 종업원 아주머니께 질문하자 가끔 보던 사이인데도 친철하지 않게 말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항상 바로 솥밥이 나오는지 짐작도 했고 다른 때에 비해 많이 늦어서 기다리다가 질문한 건데 말이다.
마치 가을 같은 청명한 그림이 그려지는 곳곳에서 나와 두 달? 정도 가지 못한 미용실에 가고 싶어 전화 문의하니 마침 한가하다고 해 예약을 하고 머리카락을 다듬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없으니 오랜만에 꼭 해야 할 일을 한 듯 자유로운 기분이 찾아와 미용 후 느끼는 산뜻한 개운함이 나를 찾아왔다.
가끔 고민에 빠진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길이가 맞춰진 검은 머릿속에 비추는 흰머리를 다시 염색해야 하나? 그러나 다시 고수한다. 한 번 하게 되면 한 달이 뭐야, 보름이 채 되지 않아 희끗하게 피어나는 머리카락이 돋아나는 경계가 눈에 띄어 또다시 염색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바로 하지 않으면 어딘지 거칠어 보이고 게을러보일 수 도 있는 새치머리에 대한 생각이 지금도 계속된다.
나이가 든다는 건 모두가 하얘지고 부석 해지고 약해지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 우리는 손톱과 발톱을 깎다가도 문득 늙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손톱도 부석 해지고 자르고 난 조각을 보면 부드럽다기보다 색도 질감도 그렇게 변해가고 손톱은 더 나은데 발톱 깎는 자세가 영 불편해진 나를 볼 때 다시 변화해가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인간은 살아가고 자신의 모든 기관들이 점점 세월 속으로 익어져 가는 육체의 언어들이 변하여 마지막으로 가는 사람들의 순서일 테니까. 그 질문 앞에 가장 자연스러운 건 그것에 슬퍼하며 빠지지 않은 마음의 언어를 찾으며 사는 일이고 삶의 길을 숙연하게 걷게 하는 힘을 자신에게 쓰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하나가 되는 길은 죽는 날까지 마음과 생각의 언어를 찾아 떠나는 일이며 인간은 그러한 삶의 자세로 처음처럼 왔던 그 길을 죽는 날까지 그대로 걸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인간이라서 할 수 있는 깊은 죽음에 임하는 자세가 될 수 있는가.
언제나 밖이 아닌 내 안의 것에서 살아가는 날 질문을 놓지 않을 수 있는 건 내가 걸을 수 있는 지성이 닦아놓은 사유의 길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 작은 방 공간 안에서 피어나는 삶의 소리에는 끝이 없이 피어나는 일상의 무지개와 도 같아 다시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은 결국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빛을 태우며 먼 길을 떠날 수 있다.
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