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신이라서 아름다운 날들이 존재합니다.

오늘의 인문학 낭송 (9분 49초)

by 김주영 작가

https://youtu.be/gKEG7gXey_I

“네가 먼저 양보해!” “싫어! 왜 나만 양보해야 해!”

자꾸만 다투는 형제에게 들려주면 진정시킬 수 있는

8가지 말의 규칙,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공간이 사랑스러워졌다.

아이들과 엄마의 인문학 달력 낭송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오늘의 하늘이 마치 파랑과 하얀 물감이 물에서 그대로 흘러 퍼지듯 잔잔한 높은 하늘이 만들어 놓은 색감을 파란색 또는 하늘색이라 지정할 수 없는 그대로가 눈에 선하다. 더위가 물러가는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는 여름을 함께 한 옷들이 추울 수 있겠다. 오늘은 마침 몇 해 전 여름밤 지성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잠시 떠났을 때 입었던 올리브 색상의 원피스를 오랜만에 입고 보니 신기하게도 그날이 메아리처럼 늘 잊지 못하고 기억하는 순간이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게 지금도 그때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오랜 향기로 남아 있구나.


큰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봉사 동아리에 참석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둘째의 저녁 식사를 살펴두고 오후에는 간단하게 아빠를 드릴 음식을 만들어 친정 아빠를 뵈러 다녀오련다. 아빠를 기다리고 만날 때는 괜찮은데 모두가 자신의 곳으로 돌아갈 땐 결국 혼자만의 시간인 것만 같아 아빠를 보았는데 다시 아빠가 보고 싶어지는 마음은 이제 어쩔 수 없이 혼자만의 시간이 되는 시작인 거겠지 길가의 보도블록을 바라보며 지하철 역으로 오는 길이 큰아이가 지금 없어 더욱 혼자인 것 같은 이 공간에서 공허한 눈물을 닦아야 길을 걸어갈 수 있고 그러나 그대로 아빠를 생각할 수 있다.


“아빠는 지금 걱정되거나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인 것 같으세요?”


“그런 거어 없어어”


“그럼 지금 까지 살아온 날 중 많이 후회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고개를 저으며 그런 거 없다고 말씀하시는 아빠는 계속해서 가려움에 몸을 긁는 중이라는 게 아빠가 신장 투석으로 많이 가려워해도 보험이 안 되는 가려움에 드실 좋은 약을 받아 드릴 뿐 해소해 드릴 수 없어 할 수 있는 게 없는 내가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빠의 이런 복잡하지 않은 말씀을 해주시는 지금이 또 감사하다. 더 슬퍼할 만큼 그리워하거나 후회하는 마음이 없다는 건 아빠가 쓰러지시기 전까지 그리고 병환까지 79년을 걸어오신 삶의 위안이며 잘 살아온 아빠의 길이 되는 거니까.


오늘은 내가 만들어 간 조금의 음식을 남기지 않으며 모두 맛있게 드릴 수 있었고 다양하게 챙기지 못해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미리 충분하게 준비해서 또 아빠를 안아드리러 가야겠다. 휠체어에 앉아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계시는 아빠를 꼭 안아드리면 아빠도 그대로 움직이지 않게 나의 온기를 꼭 느끼시는 우리만의 긴 포옹 속에는 누구의 말도 세상의 잡음이 들리지 않은 고요한 고독만이 함께 울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 미치도록 자신의. 아픔과 슬픈 일상의 일들까지 모두를 태우다 결국 어디론가 사라지는 게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고 막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인간들이 지닌 운명이고. 생명이며 살아가는 이야기일 테니 지금 자신과 함께 하는 한 사람과 인연을 함께 하는 공간과 시간과 관계와 결국에는 다시 오지 않을 내가 가는 길이라서 소중한 이유다. 아빠가 많이 그립습니다.


2022.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이들며 가능한 삶으로 바뀌는 일상속 태도와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