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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Dec 15. 2020

한 줄기 바람 속에 하나의 겨울이 가슴에 내릴 때

김종원 20주년 시집,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세상은 온통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며 눈 사진을 담아 소식을 전하지만 내게는 아직 눈이 머물지 않았다. 다만 눈이 내리기 직전 짙은 회색의 하늘은 내 마음을 태우고 시간이라는 연료를 쓰며 고속도로를 지나 국도를 달린다. 눈이 엉킨 설국 열차처럼 마음의 터널이 길고도 멀어 세상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말하지 못하던 그때, 집 떠나온 강아지처럼 이름과 얼굴만 아는 친구와 함께 목적지만 있는 갈 곳을 바라보고 길을 떠났을 시린 청춘의 겨울을 그리며 고요한 바다가 바람 앞에 춤추는 흔들림으로 들려주던 인적 없는 쌀쌀함이 차라리 앙상한 겨울나무와 파도가 내 마음을 받아주던 하늘에서 내리는 눈방울 하나가 햇빛에 비추어 반짝이는 시간을 부르던 그 날, 다시 한번 떠나온다면 그 추운 바닷가 광활한 백사장을 찾지 못할까 봐 이정표를 보고 다시 돌아보며 기억이라는 필름으로 찍어두고 구멍 난 가슴에 담아 언젠가 꼭 찾으리라 기약했던 영화처럼 추억해 둔 그 겨울의 가시 하나들.


제시카가 부르는 굿바이는 마음속 갈대를 태우듯 달려가는 창문을 열고 바람결에 아린 가슴을 머물게 했고 내 남은 사랑을 위해를 따라 부르며 ‘안돼. 안돼’라고 머물 수 없는 기억을 후비고 달리던 머나멀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도 함께 보낼 수 있는 아픈 청춘의 조각들이 각자의 고요한 마음안에 충실하며 오랜 기억 속 눈사람이 되어 하얀 겨울이 찾아오면 언제나 풍경과 그 날들이 계절을 타고 마음을 덮는다.


무엇이 그리 아파야 했을까, 무엇에 그리 힘든 날들을 울어야만 했나. 울지 못한 채로 울 수 없어 또 울어야 견딜 수 있었던 내 젊은 날의 칼 같은 방황들은 어느덧 저 멀리 지나간 삶으로 보내고 다시 사랑해야만 하는 인연의 끈을 잡고 간절한 ‘그리움’이라고 쓴다.


2020.12.15


#김종원 작가 #20주년 기념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하루 한 장 365인 문학 달력 #문해력 공부

#브런치 작가 김주영 #우리들의 인문학 #사색과의 인연

#청춘 #영혼 #그리움 #겨울


12월 15일 하루 한 줄 인문학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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