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지키고 싶은 일을 오래도록 사랑할 때

오늘의 인문학 낭송 (12분 7초)

by 김주영 작가

https://youtu.be/G07HgS1YMP0

태국 여성 독자의 리뷰. 롱런하는 법

사소한 걸 자꾸 확인하는 아이 대체 왜 그럴까?

분노하지 않고 품위 있게 아이의 태도를 바꾸는 말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아이들의 낭송)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큰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동네를 산책했다. 아이의 감기가 오래지만 둘 다 마스크를 얼굴에 입고 5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에서 용과도 사고 사탕수수 주스도 사고 분홍장미꽃도 한 다발 샀다. 용과는 4개에 만원인데 들고 올 팔이 무거워 현지인처럼 베트남? 야채와 과일을 파는 주인께 이렇게 인간적으로 응수하며 살 수 있기를 시도했다.


“저기 사장님 4개에 만원인데 2개만 5천 원에 살 수 있을까요?”

간절한 눈빛으로 그러나 정중하게 양팔에 많이 든 시장 봉지를 이기고 있는 내 모습을 그대로 눈에 담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4개에 만원인 정해진 틀의 가격을 깨고 두 개를 살 수 있었다. 이럴 땐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일이 모두 통한다는 사실이 참 즐거운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 좋다.


돌아오는 길에 친정 엄마가 입맛 없을 때 유일하게 드시는 꽃게 무침도 반찬가게에서 사고 이제 어린이 집에 다니게 될 조카 손녀가 입을 만한 활동복을 고르며 4살 아이에게 120 사이즈는 조금 여유가 있고 110 사이즈는 딱 맞을 것 같지만 앞으로 입을 걸 생각해 120으로 선택했다. 마침 잠시 밖에 엄마집 근처에 나와있는 엄마와 여동생 가족을 만나 따스한 마음의 선물까지 주고 오며 늘 보기만 하던 유채꽃 단지에 내려 딸과 같이 바람을 쐬는데 역시 강바람이 칼이다. 거센 날씨가 온몸을 휩쓸고 부는 바람에도 유채는 덩실거리며 굳건히 자신의 자리에서 춤을 추며 인간을 반긴다.


시장을 갈 때와 올 때는 언제나 양팔이 무겁다. 나도 들고 딸도 들고 봉지 봉지에 삶의 경제가 나풀거리지만 엄마는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팔로 이기고 다리로 걸으며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기분 좋은 지갑을 열어 최대한의 먹거리를 안고 오는 길이 그래도 가벼운 건 시장이 마트보다 다양하고 오늘처럼 이곳에 뭐가 있나 싶을 만큼 길을 가로막는 풍성한 사람들의 소리를 따라 걸으며 바로 사람 사는 향기가 가득함이 전해오기 때문이겠지.


그냥 뭔가 마음이 가벼운 날이 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이처럼 가까이서 마치 베트남에 다녀온 것처럼 한국의 시장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면적이 상당한 것도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다. 열심히 살며 어떻게든 어디서든 자신으로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늘 삶이 인문학이 된 건 내가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그곳에서 가장 빛나는 걸음으로 걷는 나를 느낄 때면 내가 있는 이곳이 가장 좋은 곳이라는 지성과 함께 발견해 가는 삶의 주소가 있어 가능한 일이있다. 내게서 일어나고 있는 인문 삶으로 변화되는 이 현상들이 나를 실감하는 일을 계속해서 만나게 한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내면과 정서의 치유 그리고 평온이 깃든 하루의 모습이 다른 이유다.


2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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