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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Oct 11. 2020

인간의 마음을 숨 쉬게 하는 고독

시대의 흐름에 중심을 발견하는 실천

강진 만덕산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


일상에서 자신의 일에서 힘을 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 일에서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힘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시간이 지나며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움직이는 대상을 보며 배우려 하는 자세와 시선과 실천을 통해 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스스로의 힘을 찾게 된다.

무엇이든 중심에는 화합과 사랑과 배려가 깃들어야 하며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시도와 노력이 결국 좋은 결과의 확신을 가지게 한다. 세상의 이치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대가들의 공통점은 그 일을 잘하기 위해 선의가 아닌 부자연스러운 행위와 타협하지 않으며 자신의 일을 겸허히 실천할 뿐 시끄럽게 외치거나 강요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일과에 하루가 모자라 긴긴 고독의 시간을 보낸다.

스스로 질문하고 터득하며 배운 경험에서 오는 앎을 탐구하며 사소한 욕망과 가벼운 이득이 아닌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일상에서 또는 자신의 일에서 필요 없는 힘을 뺄 수가 있다.

소체가 아닌 대체를 따르기 위한 방법은 경전, 즉 인문학 공부를 통해 덕을 이루는 일이라고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도 그때부터 전하는 사실이다. 자신을 어떻게 살피고 사랑해야 하는지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선명한 하나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오늘을 아끼지 말고 사색하라. 오늘이라는 시간은 또다시 그대를 기다리지 않고 하염없이 흐르고 있으니까,

강진 다산 서원 가는 길에 위치한 백련사 주변에는 ‘차밭’과 천 그루가 넘는 ‘동백꽃나무’로 둘러 쌓여있다. 다산의 호는 차나무가 많은 산에서 ‘다산’이라 유래되었고 산기슭에 위치한 백련사 사찰과 서원을 오가는 오솔길이 그야말로 적막해서 고요하다.

지난해 (2019. 6월 ) 늦은 봄날에 김 종원 작가님 저서 ‘사색이 자본이 다’를 들고 강진 다산 서원을 답사했다. 그 책에는 대가들이 이룬 실천과 지혜가 가득하고 특히 이곳으로 유배를 왔던 정약용 선생의 기나긴 사색의 시간을 보며 답사를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산의 ‘18년’의 유배기 간 중에 ‘10여’ 년을 지낸 유배시절 사찰 주지스님이었던 혜장 선사와 첫 만남을 가질 때 '주역'을 놓고 날을 새며 대화를 나눴고 이때 정약용 선생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6년’을 함께 한 사랑 끝에 혜장선사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그 뒤로 많이 외롭고 적적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짐작이 될 만큼 외딴 산속에 다산 서원이 위치해 있다. 외롭지만 눈뜨면 그를 찾았고 낮과 밤을 오가며 수시로 인연의 시절 속에 대담을 나누던 그 시간들은 다산 정약용이 백성을 위해 책을 쓰고 가르치고 과학과 문물 농법 예술을 연구하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다산이 집필한 총 ‘500권’의 책 중에서 ‘200권’의 책이 이 시절에 저술되었음은 그가 보낸 치열한 사색의 시작과 끝임을 그가 보낸 시간들을 아파하며 존경하게 되는 증거다. 지방관리들의 관행을 비판하고 청렴과 성실을 가르치기 위해 쓴

 ‘목민심서’와 형법을 다룬 ‘흠흠심서’ 도 이 시기에 편찬된 저서이다.


다산 서원 마당에는 그가 만든 인공 우물의 터가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그가 사랑한 잉어를 매일 살피고 키우며 잉어들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기상을 예보하기도 했던 놀라운 사실을 찾을 수 있다.

자신만 생각하는 고독이 있고 주변을 이롭게 하는 고독이 있다. 고독하게 사색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마음은 세상 어디에 비할 수 없으며 그 속에서 피는 꽃은 세월이 흐르며 더 진해지고 선명해지는 역사를 발견하게 된다. 그 시절의 차밭과 동백나무는 그들을 기억하고 있으리. 매일 산고개를 넘나드는 고독한 그 사랑들을 수백 년이 흐른 지금 알아주는 이가 있듯이 그 시간을 보내며 예술 속에 일어나는 소용돌이를 평가할 수는 없으며 그의 소중한 시간에 경건해지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렇게 함께 한 시간을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은 찬란한 고독 속에서 이룬 승화의 꽃이다.

지지 않는 사람의 온기는 시들지 않는 세월을 안고 매일 간절하게 존재하는 빛에서 피어나는 불멸의 꽃이 되어 사랑으로 피어나는 것이며 오래오래 그 사색이 남긴 흔적들과 영원함이다.

같은 날 같은 땅에서 씨앗을 뿌렸지만 40일 만에 자라나는 모습들이 이렇게 다르다. ‘이유가 무엇일까?’ 누가 누가 먼저 자라는 것이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스스로 속도가 다르게 자라남을 곁에서 조용히 응원하면 되는 거니까, 다만 자신이 걸어야 할 자리를 알고 그것에 충실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이미 그대의 성장이 시작되는 것이니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을 내어놓는 근사한 순간임을 축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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