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오늘의 인문학 라디오 (3분 46초)
시작과 끝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삶
김종원 작가의 블로그 글
아이들과 함께 인문학 달력 낭송이 이어집니다.
아이콘 노래 아임 오케이
조금은 뿌옇지만 햇살이 나의 마음에 비추어오니 다시 베란다로 향했다. 추운 날에는 빨래를 널고 걷기에만 오가게 되지만 해님이 이처럼 반기는 날은 어김없이 공간에 앉아 화분에 마른 잎들을 치우고 시든 꽃잎과 인사하며
‘14리터’의 물을 받아 촉촉하게 마실 수 있는 수분을 소중한 마음으로 생명수처럼 전한다.
‘장미 허브’가 예쁘게 자라나 고목이 되고 빈 화분이 있어서 가지를 꼽아둔 게 다시 싱싱한 초록의 모습으로 살아갈 집을 지었고 겨울에 피어나는 제라늄들이 옹기종기 피어 올라 자기의 자태를 보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내 모습의 가장 큰 변화는 뿌리 염색을 하지 않아 새치? 아니 흰머리가 점점 더 눈에 띄고 나이 중년 오십에 실감하는 피부의 변화가 느껴지지지만 이 모두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리라.
내면과 생각 꽃을 피우느라 내 몸과 마음 겉이 향하는 것보다 진실하게 피어나는 것들을 바라보자니 헛 된 상상이나 기대와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것, 이 목숨이 다할 만큼 영원토록 하고 싶은 일, 살아있으므로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사명이 된 삶이기에 늙어가지만 다시 피어나는 중년이 되어 단 하나의 길에 설 수 있다.
20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