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대로 타다 남은 그대라는 계절

인문 속에 피어나는 꽃

by 김주영 작가

계절과 우리의 다짐

우리는 계절의 옷을 벗어야
다른 계절의 옷을 입는다.

고통 속에 빛이 보이지 않을 듯 한 거센 바람도
아픔 속에 그치지 않을 듯 한 거친 소낙비도
눈물 아래 앞이 보이지 않을 듯 한 깜깜한 안개속에서도

강렬하게 그을린 여름날의 햇빛도
온통 세상을 하얀 나라로 얼려버리는
겨울의 그날도 저마다 가슴 시린
가을날의 아찔한 뜨락도

탈대로 타다 남은 계절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돌고 돌아 새로운 계절의 옷이 일상을 두른다.

목마를 탄 병정처럼
그대로 멈춘 유리병 안에 마음처럼
차갑고 뜨거운 우리 안의 소용돌이는
돌고 돌아 다시 계절 속으로 사라지고
계절을 타고 나름의 이유로 흘러서 온다.

푸른 초원 아래
다시 피어나는 한 떨기 풀잎의 생명일지라도
제 자리에서 곧대로 피어나는 눈물의 영혼
아프고 슬프도록 상처를 지나친 후에
다시 돌아가는 유일한 희망

그리움이 살이 되고
지나온 무게가 떠나는
계절의 골목 사이로
시절이 가고 다시 돌아오는
우리 안의 따스하거나 느슨한
계절을 따라 변치 않는 옷을 갈아입는다.

지나간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계절이라는 바람의 옷을 입고서
떠나간 계절은 꼭 다시 오고야 만다.

아,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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