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보이는 기적소리는 늘 아름답다.

오늘의 좋은 글 낭송 (2분 39초)

by 김주영 작가

https://youtu.be/z0MWw9tmkC0

아빠께서 두시쯤 새 병원으로 이송 오실 것 같아서 딸아이를 등교시킨 후 집으로 돌아왔다. 무엇도 손에 잡히지가 않고 두시에 그곳에서 출발 예정이지만 나는 미리 두시까지 새 병원으로 가있을 생각으로 자꾸 시간만 확인하고 싶고 아빠를 볼 수 있는 타이밍도 차에서 내려 응급실로 들어가기 전 몇 초 동안에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빠는 알기나 할까,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을 안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고 눈물이 글썽이는 눈을 뜨며 필사부터 시작해 본다.

같은 시간 동안 마음을 더 아프게 무겁게 만들지 않기를 같은 시간을 보내며 내 마음이 스치는 순간이 될 수 있는 가족들과 아빠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마음이 생겨나기를 기다리는 순간들을 더 태우며 아파할 필요는 없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을 안고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우리를 기다리는 아빠의 기억에도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될 테니까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많이 사랑해요.”


두렵고 떨려서 오전 내내 식사를 하지 못했다. 돌아오는 아빠의 모습이 어떨지 조금은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응급차가 출발한다는 보호자의 카톡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더 떨려오기 시작했고 십오 분?이라는 시간에 목적지까지 도저히 올 수 없는 거리를 역시 나의 아빠는 ‘삐뽀 삐뽀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지금 이곳에 내가 간다. 가까이 더 가까이’라는 메아리처럼 도심 전체 모두가 정지되었고 아빠가 오고 계신다는 경적과 응급차만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내 귀는 이미 그 소리를 들었고 어디쯤 오는지 보지 않아도 사람들은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


응급차에서 내려 응급실로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이미 오열하고 있었고 아빠의 안전상 차마 조심히 다가가 아빠 곁에 머무르며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빠가 먼저 어색한 고개를 움직이며 우리를 둘러보고 말이 아닌 소리로 아빠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12일’ 만의 세상 구경 그리고 가족들의 모습과 음성이 그 얼마나 간절히 찾던 그리움이었을까, 병원 내부에도 들어갈 수가 없고 우리는 길가에서 머물 수 있고 보호자 1명만이 출입이 가능한 세상이라서 내과 엑스레이를 촬영하러 갈 때도 누운 게 아닌 기대었지만 앉아서 가시는 모습이 멀리로 보이는 한 남자가 어쩐지 멋져 보였다.


안정상 묶여있던 왼쪽 팔은 심하게 까여 상처가 깊고 몸에도 간혹 멍자국이 있지만 아빠가 살아오신 것만 같아 지난번에는 중환자실이었고 오늘부터는 준 중환자실에 입원하셔서 왠지 아빠가 건강이라는 직장에서 한 계급 승진하신 것 같은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와 먼저 밥을 한 술 뜨고 싶어 졌다. 늘 좋은 얘기 신선한 소식만을 전해야 하지만 이 모두가 세상 사는 이야기이듯 오늘도 나의 페이지에 이렇게 살아있으므로 가득한 추억 한 장을 기록할 수 있다.


202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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