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부모의 마음

좋은 글 낭송 (8분 11초)

by 김주영 작가

내 마음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살기

누군가의 노력을 알아준다는 것

꽃처럼 예쁜 시집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낭송

김종원 작가의 글 출처

‘1시간 30분’ 동안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아빠를 드릴 물을 끓이고 죽을 챙기고 과일도 조각내고 집에 와서 잠시

‘10분만’ 쉬었다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갈 준비를 하다 보니 오늘은 ‘20분’이라는 시간이 더 지체가 되었다.


나를 가다리는 것처럼 아빠가 깨어계셨고 한 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체육시간에 배구를 하다가 그것도 오른쪽 팔이 겹질린 것 같아 내가 있는 병원으로 온다는 연락이었다. 그러나 나는 왜 아이의 전화를 편하게 받지 못했을까,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이 정말이지 어떻게 말로 다 이해시킬 수 있을까, 아이는 갑자기 팔을 움직이질 못한다 하고 나는 얼마나 다쳤는지 또 괜찮다면 혼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차분한 대화가 아니라서 그 부분이 매우 답답했다.


택시를 타고 온 딸이 내가 있는 병원 정형외과에 접수를 하려 했으나 진료가 끝난 상태였고 나는 그 사이 간병사를 다시 불러야 했으며 아이처럼 나만 바라보던 아빠를 그곳에 그대로 두고 딸아이를 뒤따라야 했지만 삐거나 크게 다친 게 아니라서 다행히도 이쯤에서 마칠 수 있지만 아빠를 남겨두고 온 ‘1시간 30분’ 은 과연 어디서 구할 수가 있을까. 집으로 돌아온 내내 마음 한 곳이 걸리고 쓰여 편하질 않았다.


오늘은 아빠의 의식이 좋으셨기에 그 순간에도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애기가 먼 일이 있다냐”

“아빠, 애기가 팔을 좀 다쳐서 병원 진료를 받고 싶다는데

어떡하지. 아빠랑 같이 1층으로 내려가서 진료받게 해야 하나?”

“아파서 어쩐다냐, 내가. 지금 돈이 하나도 없는데”

환자복 주머니를 뒤적이며 상황을 표현하는 아빠의 모습이 이렇게나 따스할 수 있을까. 그 순간에도 아빠는 아빠라는 본분과 모습만이 더 뚜렷하게 남아 부모로서 자식과 손녀를 돌보려 하신다는 게 눈물겨운 부모의 사랑이 아니겠는가.


언제나 나중을 위한 사랑이 없는 게 부모가 아이에게 전하는 사랑의 크기다. 가장 순결하고 아름답게 그대로 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인 것처럼 제대로 올바른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늘 부모가 삶의 바른 가치관을 지니기 위해 매일 이 순간을 기억하고 노력하는 마음과 자세를 키우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나중을 기약하는 사랑은 없다. 소중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끝없이 태우며 살라.”


2021.5.29


인문학의 대가 김종원 작가와 함께 사색으로 일상의 문제를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https://cafe.naver.com/globalthink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스로가 하나의 근사한 세계가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