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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당신이 나의 사랑입니다.

좋은 글을 듣는 낭송 (3분 55초)

by 김주영 작가

시각이 너의 운명이다.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아이의 낭송

김종원 작가의 글 출처

오늘 아빠의 기분은 조금 좋아지셨다. 식욕촉진제를 드시고 아침식사도 스스로 조금 뜨셨고 늘 할머니 맛이 그리우신지 감자나 무우를 넣은 조림을 말씀하시기에 집에 있는 병치 한 마리와 조기 두 마리에 감자를 넣고 생선조림을 만들어 왔다. 밥은 안 드시고 감자와 생선을 아빠 스타일로 발라 드시는데 내가 내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바른 거는 관심이 없고 오직 아빠가 드시는데 집중하신다.


기분은 나쁘지 않으나 기억이 다시 혼돈이 오셔서 들쑥날쑥하는 질문 속에 다시 퇴원을 말씀하신다. 이제는 가족이 곁에 있더래도 가끔씩 위급상황이 올 테지만 막상 나가면 어디로 가실 거냐고 묻는 질문에 미소로 대답하신다.

“할머니 옆이 제일 좋지”

여기서 말하는 할머니 옆은 늘 고향의 품을 말하듯이 아빠만의 고요한 철학이 존재하는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20년? 전쯤 아빠가 제일 즐겨 듣고 부르는 노래가 바로

‘고향초’ 리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아빠가 부르는 노래를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눈과 가슴으로는 울며 들었던 마음 아픈 기억이 있는데 어제부터 잠시 병실에서 아빠와 음악 감상 시간을 보내며 아빠는 이 방에서 유일한 가수가 되고 나는 아빠의 노래를 듣는 단 한 사람의 청중이 될 수 있다.


조금은 쇠어진 목소리로 들려오는 가락에 발로 리듬을 맞추고 따라 부르기에는 아빠의 노래 박자가 조금씩 늦어지지만 아빠의 노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게 들려오는 우리만의 언어와 감정들이다.


눈물이 이제 마른 줄 알았지만 나는 고개를 멀리하고 다시 눈물을 감춘다. 이렇게 멋진 아빠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갈 곳이 없어 이렇게 머물 곳이 있어 지금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처럼 반짝이는 지성이 비추듯 내가 배운 힘으로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꿈꾸기로 해요.


202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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