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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01. 2022

도시 동물의 시민권

<고양이들의 아파트> 정재은 2020

 이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입주민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둔춘주공 아파트 단지에 살아가는 고양이들과 아파트의 인공성이 지닌 시선이 교차한다. 아파트라 불리는 것에 포함되는 것들, 입주민, 이사 차량, 버려진 가구, 단지 내 조형물, 아파트 자체 등과 고양이들이 나누는 시선 교환.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그 시선을 꾸준히 관찰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둔촌주공에 거주하며 고양이들을 돌보면 캣맘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단체 “둔촌냥이”의 사람들이 그들이다. “둔촌냥이”는 재건축이 결정된 둔촌주공 단지 내에서 살아가는 250여 마리의 고양이들을 안전하게 이주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이들은 단지 곳곳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기록하고, 이름을 붙이고, 이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둔촌주공의 다양한 면모가 드러나는 것은 덤이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 홀>, <아파트 생태계>에서 이어지는 정재은의 또 다른 도시건축 다큐멘터리이다. 앞선 세 작품과 다른 지점이라면, 영화의 주인공이 건축가, 도시계획 행정가, 혹은 건축물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의 아파트와 도시계획을 다룬 <아파트 생태계>에 짧게 등장했던 주공아파트 단지의 고양이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영화가 도입부에서 고양이들의 시선을 숏-리버스 숏으로 담아낸 것은 당연하다. 인간과 소통할 수 없는 도시의 거주민인 고양이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이 영화와 둔촌냥이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오래된 아파트의 재건축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는 경제적인 논리 이상의 문제다. 국내 아파트의 평균수명은 3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30년을 주기로 아파트는 재건축되어야 한다. 수도 등 시설이 노후하면 녹물이 나오는 등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고, 노후화된 건축물 자체가 입주민의 생활과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군다나 생태건설 같은 것을 표방하며 단지 내 녹지를 조성하는 경우 그 안에는 작은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길고양이는 물론, 참새, 비둘기, 까치, 까마귀 등을 비롯한 조류와 곤충, 산 인근에 단지가 위치해 있다면 종종 산에서 내려오는 너구리 등의 동물들까지. 때문에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은 단지가 조성되던 시점부터 그곳에 살아가던 모든 존재와 연관된 사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논리와 제도는 그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그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고, 비영리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해결책을 탐색하고, 그 과정에서 고양이들과 맺는 관계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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