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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25. 2017

용기를 담고, 용기를 주는 기록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가현이들>

 영화의 감독이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윤가현은 8년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알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맥도날드에서 부당해고당한 이가현은 여러 해 동안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또 다른 이가현은 액세서리 판매점인 레드아이에서 부당해고당하고 알바노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큐멘터리 <가현이들>은 77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아르바이트란 뭘까?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흔히 알바'생'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학생이 용돈 벌이를 위해 한시적으로 일하는 것”이라는 아르바이트의 정의가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윤가현 감독의 질문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학생도 아니고, 용돈이 아닌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 노동을 이어가며, 한시적이 아니라 8년 동안 아르바이트 생활을 이어왔다. 알바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다양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모습을 배제한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부당해고당한 가현이도 월세,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생각을 넓혀보자. 영화를 본 내 주변 사람들 중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사람들이 학생뿐이었는지, 그들이 단지 한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인 것.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이런 편견은 전화/문자 한 통으로 쉽게 해고해도 되고, 그들도 노조를 만들 권리가 있는 정당한 노동자라는 인식을 가리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아랫사람’으로 대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당연하게도이 리뷰를 쓰는 나 역시 아르바이트 노동자였다. 하루 9시간, 주 6일의 노동을 한 달간 이어가는 을지로의 동판집부터, 전국 고등학생의 모의고사 답안지를 분류하고 채점기에 돌리는 한국교육평가원 아르바이트, 집 근처 피씨방의 오전 타임 아르바이트……. 많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돌이켜 보면, 몇몇 곳에서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었고, 주휴수당이 있는지도 몰랐던/사정상 줄 수 없다던 사장님을 거쳤다. 오히려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의 일이 없었다는 게 다행이랄까? 2017년 현재, 민주주의 법치국가이자 자칭 ‘선진국’에서 이걸 다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가현이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을 해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가현이었고, 가현이들이 모여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지워내고 배제하는 용어와 관습들을 해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현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이다. 윤가현 감독은 영화 속에서 카메라 한 대, 컴퓨터 한 대 없이 <가현이들>을 만들고 있다고 고백한다. 카메라 한 대를 대여해가며 어렵게 완성한 영화는, 기술적인 완성도는 부족할지라도 용기를 담아낸 영화 속 기록을 통해 한국을 살아가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대여한 카메라 한 대로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기획 촬영을 하게 되어 은근 수월하게 찍었다.”며 GV에서 너스레를 떠는 윤가현 감독은‘꾸미기 노동’에 대한 활동과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광화문에서 만났던 알바노조 깃발을 기억하며 알바노조의 활동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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