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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04. 2017

모든 면에서 예측 가능한 롤러코스터

제이크 질렌할과 레베카 퍼거슨, 라이언 레이놀즈의 <라이프>

 <라이프>는 모든 부분에서 뻔한 이야기이다. 우주로 날아간 사람들이, 미지의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고, 어떤 사고로 탈출한 외계 생명체에게 공격당한다. 크리처가 등장하는 스페이스 호러를 몇 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라이프>의 전개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이야기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뻔하고 흔한 이야기를 연출과 연기로 힘 있게 이끌어간다. <라이프>는 이미 여러 차례 타본 익숙한 롤러코스터처럼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오락물이다. 다만 익숙한 만큼 누군가에게는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의 우주 재난영화 <그래비티>를 연상시키는 롱테이크로 시작한다.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의 야심이 돋보이는 오프닝이랄까? 우주정거장 내부와 6명의 등장인물을 훑으며 시작하는 오프닝은 로리(라이언 레이놀즈)의 활약으로 외계 생명체를 선내에 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정거장을 부유하는 인물들의 뒤를 따라다니는 카메라 역시 공간 속에서 떠다니며 인물들을 담는다. 엔지니어인 로리, 생물학자인 휴(앨리욘 버케이), 보안을 맡은 미란다(레베카 퍼거슨), 최장기 우주 체류 기록을 보유한 의사 데이빗(제이크 질렌할), 엔지니어이자 조종사인 쇼(사나다 히로유키), 대장인 캣(올가 디호비치나야)까지 여러 인물들 빠르게 소개하고 영화는 본론으로 돌입한다. 우주를 그린 다른 영화들에 비해 적은 5800만 달러의 예산이지만, 비주얼과 캐스팅만큼은 다른 영화들에 뒤지지 않는다.


 캘빈이라고 이름 붙여진 화성의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공격하게 되는 순간부터 오는 긴장감은 과하지 않게 자극적이고, 스페이스 호러라는 장르에 알맞은 재미를 선사한다. ‘적당한 재미’라는 게 <라이프>를 수식하는 가장 좋은 단어일 것 같다. <그래비티>의 배경에서 <에일리언>같은 재미를 준다는 평이 많이 보이는 것은, <라이프>가 가진 무난한 느낌 때문이지 않을까? 영화의 평에 사람들에게 익숙한 영화를 끌어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익숙하게 다가왔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관람한 영화는 역시나 어떤 모험이나 과감한 시도 대신 익숙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것은 분명 누군가에겐 지루함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점이다. 하지만 <라이프>가 104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잠들게 만드는 영화가 아님은 분명하다.

 예산에 비해 캐스팅이 화려하다. 이번 영화에서조차 웨이드 윌슨(a.k.a. 데드풀)으로 출연한 게 아닌가 싶은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 초반부의 코믹한 톤을 보여주며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영화가 초반부터 진지해지고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커버하는 연기랄까? 레베카 퍼거슨과 제이크 질렌할은 언제나처럼 좋은 연기를 선사한다. 사나다 히로유키 같은 익숙한 얼굴의 모습도 반갑다. 다만 <라이프>가 이런 배우들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좋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은 맞지만, 그들의 이름값 외의 것을 활용해내지는 못했다. 독특함보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장르 영화이기에 그런 것일까?


 결과적으로 <라이프>는 좋은 캐스팅을 통해 관심을 끄는, 무난하고 적당한 재미를 가진 영화이다. 영화에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즐기고 극장을 나설 수 있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어떤 순서로 어떤 모습으로 등장인물이 죽을지 예측 가능한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다는 것은 <라이프>의 만듦새가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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