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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08. 2017

어느 시네필의 스투지스 덕질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짐 자무쉬의 <김미 데인저>

 짐 자무쉬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경의 대상인 이기 팝의 밴드 스투지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스투지스가 데뷔한 1967년부터 몇 멤버가 세상을 떠난 지금의 이르는 이야기를 이기 팝과 다른 멤버들의 인터뷰를 통해 담아낸다. 스투지스에 대한 짐 자무쉬의 동경과 존경, 애정이 듬뿍 묻어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네필인 그의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영화이다. 그동안 발표했던 그의 전작들이 온갖 대중문화와 하위문화들을 대사와 상황, 배우에 버무려 만들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김미 데인저>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짐자무쉬스러운 영화이다. 가령, 이기 팝이 인터뷰에서 어떤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해당 에피소드와 유사한 장면을 가진 영화가 자료화면인 것처럼 삽입되는 식이다. “파라오가 되고 싶었어”같은 말에 영화 <클레오파트라>가 붙는 편집은 짐 자무쉬의 팬이라면 익숙하게 다가올 그만의 개성이다. 영화의 형식은 다큐멘터리일지라도, 영화의 편집과 음악의 사용, 여러 디졸브와 몽타주는 그의 극영화에서 보면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다.

 사실 나는 스투지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이기 팝의 그룹이고, 2013년 국내 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적이 있으며, 데이비드 보위와 작업했었고 이기 팝은 옷을 벗고 공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정도가 <김미 데인저>를 보기 전에 내가 스투지스에 대해 알던 정보이다. 여기에 짐 자무쉬의 몇몇 전작(<커피와 담배>, <데드맨>) 등에서 배우로 출연하고 음악을 맡았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김미 데인저>를 관람했다. 스투지스의 시작부터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이기에 그들이 펑크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아도 영화를 보는데 크게 무리는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스투지스의 디스코그래피를 한 번쯤 재생하게 될 것이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Funhouse] 앨범을 듣고 있다. 밴드의 결성부터 앨범을 발표하는 그들의 행적, 데이브 알렉산더와 론 애쉬턴, 스콧 애쉬턴 등 멤버의 죽음, 두 번의 해체와 두 번의 재결합,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이 시간 순서대로 영화 속에서 전개된다. 이기 팝과 스투지스를 잘 모른다면 <김미 데인저>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사실이 영화가 짐 자무쉬의 필모그래피에서 대단히 특별한 영화는 아니다. 닐 영과 크레이지 호스를 그린 다큐멘터리 <이어 오브 더 호스>가 있었기에 그의 첫 다큐멘터리인 것도 아니고, 유별나게 뛰어난 완성도의 영화는 아니다. 굳이 정의 내리자면 <김미 데인저>는 스투지스와 이기 팝에 대한 짐 자무쉬의 개인적인 애정고백과도 같은 영화이다. 이기 팝의 인터뷰를 담는 카메라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어딘가 오랜 친구에게 보내는 우정이 담겨 있고, 스투지스의 과거를 보여주는 디졸브는 커피와 담배를 곁들인 아련한 추억처럼 그려진다. 다시 말해 <김미 데인저>는 어느 시네필의 스투지스 덕질을 기록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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