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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04. 2017

살아 날뛰는 캐릭터와 전형적인 마무리

*국내 개봉명이 너무 거지 같아서 원제로 표기합니다.


 17살 고등학생인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필드)은 역사교사인 브루너(우디 해럴슨)를 찾아가 자살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오프닝을 지난 영화는 네이딘이 7살인 과거로 되돌아간다. 그의 오빠인 대리언(블레이크 제너)는그 때부터 잘났고, 잘 나갔다. 친구 없이 홀로 지내던 네이딘은 우연히 크리스타(헤일리 루 리처드슨)를 만나고 단짝 친구가 된다. 17살이 되도록 함께하던 둘의 사이는 크리스타가 대리언에게 반하면서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같이 수업을 듣는 어윈(헤이든 제토)이 네이딘에게 호감을 표한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네이딘에게 닥쳐온 일들은 그를 미치게 만든다. 

 그동안 여러 하이틴 코미디 드라마가 있었다. <디 엣지 오브 세븐틴>은 고등학생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에 선 작품이기에, 엠마 스톤 주연의 <이지 A>와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의 이야기도 익숙한 줄거리를 무난하게 따라간다. 네이딘의 거침없는 언행은 관객을 폭소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관객 반응이 좋은 편이다) 억눌린 언어들을 마음껏 뿜어내는 네이딘의 모습에서 어떤 해방의 개운함까지 느낄 수 있다면 과장일까? 이러한 표현방식은 <디 엣지 오브 세븐틴>이 비슷한 이야기와 배경의 영화들과 차별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너무 평범하게 마무리되는 엔딩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거침없다. 주인공이 학교 선생을 찾아가 자살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는데, 이를 받아주는 선생을 우디 해럴슨이라니!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면서 이 부분에서부터 웃음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내 소중한 점심시간 32분을 너 같은 사람한테 빼앗기다니, 내가 먼저 자살해야겠다”고 응수하는 우디 해럴슨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극장을 폭소의 도가니로 끓어오르게 만든다. 비슷한 방식의 유머로 극을 이끌어가는 헤일리 스테인필드의 연기는 놀랍다. 사실 그의 영화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것이 2014년 <비긴 어게인> 이후 처음이다. 영화 한 편을 이끌어가는 그의 연기는 폭소와 함께 영화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나이브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동양계로 등장하는 어윈의 캐릭터는 스테레오 타입 안에 갇혀있고, 영화의 마지막은 ‘사회가 바라는 청소년상의 전형성’만을 답습한다.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즐기는데 무리 없는 영화이지만 하이틴 영화의 스테레오 타입마저 마음대로 주무르는 작품은 되지 못한다. 처음에는 즐겁지만 무엇이 남았나 생각해보면 남은 게 많지 않은 사이다 발언 같은 영화랄까? 네이딘을 비롯해 많은 캐릭터가 살아 날뛰는 영화였기에 전형적인 마무리가 아쉬웠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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