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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05. 2017

게임문화 속 여성혐오

게임문화 속 여성혐오 다룬 다큐멘터리 <방해말고 꺼져!: 게임과 여성>

 <방해말고꺼져!: 게임과 여성>은 2012년 공공연히 자행되던 비디오 게임 속 게이머들의 성희롱과 성폭력을 고발한다. 영화는 20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게임산업 속 여성혐오와 차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게임 개발자, 디자이너, 저널리스트, 그리고 여성 게이머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 속 성희롱과 여성혐오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 몇 개의 챕터로 구분하여보여준다. 남성 게이머의 성희롱, 게임 자체가 품고 있는 여성혐오, 이러한 여성혐오가 게임에 담기게 된 원인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게이머와 여러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다. 2014년 게이머 게이트 사건을 거쳐 2015년에 만들어졌지만 2017년인 지금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영 후 이어진 토크에 참여한 페미니즘 게이머 모임 전국디바협회와옵치하는 여자들의 활동을 보면, 영화가 담아내는 이야기는 게임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곳에서 해당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지켜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여성 게이머에게 쏟아진 여성혐오들을 보여준다. 일일이 쓰기도 힘들 정도로 저열한  단어로 가득한 보이스 채팅과 쪽지는 물론이고, 생중계되는 게임 방송에서 댓글이 시키는 대로 여성 게이머의 체취를 맡는 남성 게이머의 모습은 그야말로 토 쏠리는 행태이다. 이러한 성희롱 사례들을 모아 아카이빙하는 인물들의 인터뷰가 영화 속에서 등장한다. 그들은 게임 속에서 여성을 성희롱하지 말고, 대상화하지 말고, 여성 게이머의 존재를 지우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몇 년에 걸친 공격을 받는다. 영화는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지적한다. 여성이 게임을 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 문화, 비대해진 가슴과 엉덩이만 남고 캐릭터는 사라진 게임 속 여성 캐릭터의 모습, 게임 속 상대방을 물리쳤을 때 “강간했어!”라고 표현하는 등 게임 속에서 만연한 강간문화 등의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한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게임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시각이 강화되고, 그렇게 게임을 하던 18~35세 남성이 다시 게임산업에 뛰어들게 되는 악순환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게임산업 안의 고인 물은 계속해서 여성혐오적 게임과 게임문화를 재생산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 이를 견디어 낸 여성 게이머, 개발자, 저널리스트 등은 그들을 산업에서 배제시키려는 남성들의 압박을 계속해서 견디어 내야 한다. 게임산업 내의 성비가 개선되어야 여성을 위한 게임이 등장하고, 게임과 게임문화 속 여성혐오가 줄어들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당연하게도 현실의 상황은 당연하지 못하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지만 수많은 여성 게임 개발자와 저널리스트가 남성 게이머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게임을 만들고 평론과 기사를 생산하기 때문에 온갖 성희롱적 폭언을 듣고 있으며, 국내 전국디바협회 등의 활동을 통해 알 수 있는 여성 게이머가 받는 여성혐오와 차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상영 후 이어진 토크에 참석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전국디바협회, 옵치하는 여자들은 국내 게임산업의 여성혐오를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가 담아낸 상황이 자신들의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두 단체의 대표와, “현재 남성 중심의 게임업계는 찌질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한 여명숙 위원장의 토크는 게임산업 내에 여성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로 귀결되었다. 게임문화 속 여성혐오를 타파하기 위한 두 단체와 여명숙 위원장에 활동에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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