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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용해제 유머

2016 칸 영화제 화제작 <토니 에드만>

올해 칸 영화제에서 호평이 쏟아졌지만 안타깝게무관에 그친 작품이다. 독일의 마렌 아데 감독이 연출한 영화인<토니 에드만>은 코미디 장르로는 독특하게 162분이라는긴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너무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족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와 어느 정도커리어를 쌓은 여성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인지를 어색하지 않게 담아내기에 긴 러닝타임이 순식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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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토니 에드만>은 관객들을 잘 웃기는 코미디이다. <토니 에드만>을 통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격렬하게웃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의 첫 한 시간 가량은 노년의 괴짜 아버지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가 딸 이네스(잔드라휠러)를 찾아가 벌어지는 사뭇 진지한 가족드라마 같다. 하지만영화 중반부, 빈프리트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토니 에드만이 되어 등장한 순간부터 토니와 이네스의기묘한 부녀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 때문에 쏟아지는 웃음을 주워담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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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렌아데 감독은 넘치는 코미디를 통해 가족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해묵은 주제이면서 영원한 주제인 가족은 <토니 에드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메시지다. 우스꽝스러운 가발과 틀니분장으로 하고 또 다른 자아 토니 에드만이 되는 아버지의 모습과, 그와 사사건건 충돌하게 되는 이네스의모습은 불안정한 공존에서 화해와 이해의 단계로 나아간다. 유머는 각각이 얼어붙어 서로 섞일 수 없을것 같았던 부녀 사이에서 용해제가 된다. <토니 에드만>은휘발성 강한 코미디와 최루성 신파로 점철된 코미디 영화들과는 다른, 코미디의 문법 속에서 공존과 이해를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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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반부 이네스가 ‘휘트니 쉬눅’이 ‘The Great Love of All’을 부르는 장면과 나체파티에 불쑥 등장한 털북숭이 등은 엄청난 웃음과동시에 빈프리트와 이네스의 관계회복을 묘사하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웃음과 감동으로 가득 찬영화’라는 평은 <토니 에드만>을 두고 하는 광고 카피임이 틀림없다. 영화 속 웃음과 감동은코미디라는 장르 속에서 뒤섞이며 기묘하지만 보편적인 감성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토니에드만>이 칸 영화제에서 어떤 상도 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 코미디장르 문법을 자유 자재로 변용하며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연출과, 독일어와 영어를 넘나들며 이네스가사는 세계와 토니의 세계를 묘사하는 각본은 올해 본 여러 영화 중 단연 으뜸이다. 지겨운 주제일지 몰라도, 메시지를 너무 직접적으로 주입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메시지를장르적으로 전달하는 영화의 방식은 놀라웠다.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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