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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05. 2018

스타워즈 인 콘서트 - 새로운 희망

  좋아하는 영화를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와 함께 본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물론 이전에 연주상영을 관람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유럽에서 G.W. 파브스트의 <판도라의 상자>를, 영상자료원에서 에른스트 루비치의 <인형>을 피아니스트 스티븐 혼의 연주와 함께 관람한 적이 있다. 작년에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빅토르 쇠스트룀의 <바람>의 피아노 연주상영을, 영상자료원에서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전함 포템킨>을 무려 DJ의 전자음악 연주상영으로 관람한 적이 있다. 이는 모두 무성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연주자가 연주하는 형식의 상영이었다. 대사가 없는 영화인만큼, 음악이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한 상영들이었다. 오늘 관람한 <스타워즈 인 콘서트 - 새로운 희망>은 대사가 있는 작품의 연주상영이었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음악을 백윤학 지휘자의 지휘와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감상하는 상영이었다. 작년 <라라랜드>를 이러한 방식으로 연주상영을 한 적이 있지만 가지 못했기에, 이번 상영은 개인적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운 좋게 롯데문화재단 블로그에서 진행된 이벤트에 당첨되어, 10만 원 상당의 티켓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스타워즈> 상영회답게 스톰트루퍼의 실물 크기 피규어가 롯데콘서트홀 로비에 전시되어 있었다. 얼마 전 런던 BFI IMAX에 갔을 때 있던 녀석과 같은 디자인의 피규어라 괜히 반가웠다. 공연 한 시간 전부터는 스타워즈의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어들과의 포토타임도 있었다. 저항군 복장을 한 코스어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옆에선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크레닉과 오비완 케노비로 분장한 코스어들도 있었지만 줄이 길어 저항군과만 사진을 찍었다.

 <스타워즈>의 첫 영화인 <새로운 희망>을 극장에서 보는 것은 당연히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77년에 제작된 작품이고, 국내에서 딱히 재개봉을 하지도 않았기에 이제야 큰 스크린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그동안 노트북 혹은 TV화면으로만 보던 영화를 스크린으로 본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좌석이 다소 왼쪽으로 치우친 곳이었지만 영화를 관람하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케스트라가 입장하고, 지휘자는 저항군의 호위를 받으며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스타워즈>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상영과 연주가 시작됐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지금은 디즈니에 판권이 있지만, 에피소드 3인 <시스의 복수>가 제작될 때까지만 해도 20세기 폭스가 판권을 가지고 있었다. 연주의 첫 곡이 무려 20세기 폭스 로고 음악이라는 것이 이번 공연의 즐거운 포인트 중 하나였다. <스타워즈>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알 것 같은 테마 음악부터 루크의 테마, 다스베이더 테마 등의 명곡을 거쳐 엔드크렛 음악까지 이어지는 연주는 놀랍기만 했다. 종종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다. 물론 영화관이 아니고, 연주를 위해 영화의 볼륨이 조절되어 있어 여러 효과음이나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고서라도, 오케스트라 연주의 박력은 이미 수차례 감상한 영화를 새롭게 보는 영화인 것처럼 느껴지게 해줬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캐릭터 레고를 증정받았다. 주요 캐릭터가 아닌 케셀 광산 노동자 레고였지만, 어쨌든 공짜이니 감사하게 받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새로운 희망>의 음악을 음원으로 다시 들었다. 사실 <새로운 희망>은 굉장히 허술한 작품이다. <새로운 희망> 뿐만이 아니라 조지 루카스가 깊이 관여하고 몇몇은 직접 연출한 에피소드 1~6은 다시 볼 때마다 지루하기도 하고, 굉장히 많은 허점이 보이는 작품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스타워즈>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근의 나온 세 작품(<깨어난 포스>, <로그 원>, <라스트 제다이>)는 좋은 작품이고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의 작품들은 단순히 기술력이 부족한 과거의 작품이기 때문이 아닌, 여러모로 허술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오늘 공연을 보면서 스스로 가졌던 질문의 답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스타워즈>가 지금과 같은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은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죠스>, <해리포터>,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의 테마를 만들어낸 사람이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을 들으면 <스타워즈>의 테마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만큼 영화의 생명력이 존 윌리엄스의 음악에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가 참여한 영화 중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연주상영을 한다고 했을 때 <스타워즈>만큼 적절한 작품이 또 있을까? 이러한 공연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프랜차이즈의 다른 작품들도 이러한 공연을 통해 관람하고 싶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공연이 자리 잡아 정기적으로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겨울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폴 토마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가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상영됐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부러웠는데, 이번 기회에 그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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