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B> 윤재호 2016
마담 B는 생계를 위해 두만강을 건넜다. 남편과 두 아들을 두고 떠난 그는 탈북 이후 산동의 어느 남성의 집에 팔려간다. 적당히 돈을 벌다 돌아가려던 생각은 했으나 이미 10년이 지나가 버렸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탈북 브로커로 일했고, 북한에 남은 세 명의 가족을 모두 남한으로 이주시키는 데 성공한다. 다만 지난 세월 동안 중국의 남편에게 정이 들었고, 그는 마담 B의 처지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공감을 보여주었다. 마담 B는 탈북이민자를 대하는 한국의 태도에 넌더리가 나고, 한국 국적과 여권을 취득해 중국의 남편과 정식으로 결혼신고를 하고 싶어 한다. 윤재호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뷰티풀 데이즈>에 대한 리서치를 하다가 우연히 마담 B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그의 이야기를 개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그는 마담 B의 탈북 루트에 동행하면서 <마담 B>를 촬영했다.
<마담 B>의 이야기는 굉장히 신파적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엔 신파적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은 많지 않다. 대신 탈북 이후 마담 B의 삶, 그가 선택한 삶의 방향, 가족과 사랑에 대한 선택 등이 분명하게 그려진다. 탈북 브로커에 의해 매매혼으로 팔려왔지만 본인도 탈북 브로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러니, 팔려왔지만 북한의 남편보다 중국의 남편과 살기를 소망하게 되는 아이러니, 중국의 남편과 정식으로 결혼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와서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마담 B가 겪은 10여 년의 세월 안에 들어있다. 결국 마담 B의 디아스포라적 삶 속에 분단 이후 발생한 역사적 아이러니가 총체적으로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동시에 <마담 B>의 이야기는 한 여성의 경험을 온전히 주목한 작품이기도 하다. 마담 B의 삶에선 탈북이민자라는 정체성과 함께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또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그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매매혼의 방식으로 팔려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경험은 생존의 여성화, 돌봄노동의 전 지구적 연쇄의 한 사례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마담 B의 삶은 탈북이민자의 디아스포라임과 동시에 여성화된 생존의 디아스포라로 읽어낼 수도 있다. 그가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생계비를 지속적으로 보내주고, 그들을 탈북시켜 남한으로 데려온 것은 이러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때문에 마담 B의 삶을 신파적으로 그려 내기보단, 그가 살아온 삶을 그냥 보여주기만 하려 노력한 이 다큐는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