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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02. 2020

1. <토이스토리 3>

원제: Toy Story 3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조앤 쿠삭
제작연도: 2010

 1995년에 첫선을 보인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그야말로 혁명적이었다. 그 동안 단편 애니메이션의 영역에만 존재하던 3D 애니메이션이 극장용 장편으로 처음 제작된 사례이며, 이 영화 이후 디즈니나 드림웍스 등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에서 2D 애니메이션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블루스카이나 일루미네이션처럼 3D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 스튜디오들 또한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고집하는 아드만이나 라이카 같은 스튜디오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픽사가 얼어젖힌 3D 애니메이션은 (적어도 상업 애니메이션에선) 이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2010년 종결된다. 물론 2019년 4편이 제작되긴 했지만, 그 작품은 외전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토이스토리 3>는 대학생이 된 앤디가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들과 작별하는 이야기이다. 타의에 의해 유치원에 기증되어 버린 앤디의 장난감들은 유치원 장난감들의 지배자인 랏소 베어에게서 탈출하려 한다. 탈출에 목적은 앤디에게 되돌아가 주인과 함께 놀이를 한다는 장난감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우디는 언제나 그런 캐릭터이다. 우디가 괜히 보안관 장난감인 것이 아니다. 그는 장난감의 목적을 수호하고, 동료 장난감들을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이끄는 캐릭터이다. 그는 남북전쟁이나 세계대전 속 미군 지휘관처럼 장난감들에게 작전을 하달하고 지휘한다. 재밌는 것은 1편부터 등장해온 군인 장난감 '버킷 오 솔저스'들은 3편 초반부에 낙하산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는 점이다. 우디가 수호하려 했던 목적과 가치관은 앤디가 대학생이 되면서 희미해졌다. 우디를 제외한 장난감들은 일정 부분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발바닥에 쓰인 'ANDY'라는 삐뚤빼뚤한 글씨는 장난감과 주인 사이의 주종관계가 평생 이어진다는 것을 보장하진 않는다. 장난감의 주인은 시간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심지어 버려지기도 한다. 랏소 베어의 마지막 장소가 소각장과 쓰레기장이라는 것을 떠올려보자. <토이스토리 3>는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고 변화하는 목적과 가치관을 마침내 납득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이다.

 장난감에 인격을 부여한 첫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장난감들과 앤디의 이별은 영화에 등장하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예고된 일이다. 때문에 <토이스토리 3>는 이별에 대한 신파극으로 흐르는 대신 예정된 이별을 어떻게 소화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 '장난감의 목적'에 충실했던 보안관은 마침내 다른 목적을 받아들이고 이별을 받아들인다. 긴 여정 끝에 앤디의 방에서 보니의 방으로 바뀐 세계를 받아들인다. 맹목적일 정도로 보수적이던 캐릭터와 상징이 과거의 세계와 이별하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이는 결말인 것이다. 15년에 걸쳐 세 편의 영화로 진행된 이야기의 끝이 새로운 10년을 여는 2010년에 제작됐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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