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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04. 2020

2. <누가 캡틴 알렉스를 죽였는가?>

원제: Who Killed Captain Alex?
감독: 나브와나 I.G.G.
출연: 카쿨레 윌슨
제작연도: 2010

 <누가 캡틴 알렉스를 죽였는가?>를 접하기에 앞서 <배드 블랙>(Bad Black, 2016)을 관람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 작품은 우간다의 한 마을에서 제작된 액션 영화이다. '우간다의 한 마을'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언급한 두 영화의 감독인 나브와나 IGG(Nabwana IGG)의 고향인 와칼리가(Wakaliga)는 일종의 영화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나브와나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라몬 프로덕션(Lamon Production)과 와칼리우드(Wakaliwood)라는 영화 제작/배급사를 설립하고 영화를 제작한다. 제대로된 카메라나 편집 및 VFX 소프트웨어는 물론, 컴퓨터조차 없는 이들은 암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컴퓨터를 구입하여 사용한다. 더군다나 쾌적하지 못한 전기와 인터넷 상황 때문에 유튜브를 통해 강의를 듣는 대신 편집 및 VFX 소프트웨어의 각종 기능을 하나하나 시도해보며 사용법을 익혔다고 한다. 또한 철제 파이프를 용접하거나 나무를 깎고 칠하여 삼각대를 비롯해 촬영에 필요한 기자재와 소품들을 제작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총이나 총알, 심지어 헬리콥터 마저 이들이 직접 DIY로 제작한 것이다.

 비자 문제로 영화제를 찾지 못한 나브와나 감독과 배우들을 대신해 미국인 제작자 알란  호프마니스(Alan Ssali Hofmanis)를 지인의 주최로 열린 <배드 블랙> 특별 상영회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우간다의 영화 배급, 상영, 제작 환경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으며, 위에 언급한 이야기 또한 그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부족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우간다의 특징 때문에, 하나의 언어로 된 자막을 입힌 영화를 배급하는 것은 우간다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자본의 문제로 해외의 영화들을 우간다에 배급하는 일 자체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때문에 이들은 암시장을 통해 수입되는 비디오와 DVD를 통해 할리우드나 홍콩의 각종 장르영화들을 관람했다. 언어의 문제는 그나마 영어를 할 수 있는 이가 변사와 유사한 역할인 '엠씨'를 통해 해결했다. 변사가 영화 속 캐릭터들의 대사를 연기하는 역할이라면, 우간다의 엠씨는 영화의 대사를 번역하는 것은 물론, 추임새를 넣거나 상황을 해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형식은 와칼리우드의 영화 속에 고스란히 이식된다. <누가 캡틴 알렉스를 죽였는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하드보디' 액션영화나 전쟁영화의 변형이다. 끝없는 내전과 테러가 이어지는 우간다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어쩌면 할리우드 영화들은 그것의 반영과도 같았을 것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나 장 클로드 반담(Jean-Claude Van Damme)의 영화들은 이들의 영화 교본이자 모티프가 되었다.  슈워제네거의 '코만도'와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멋진 액션을 선사할 때마다 영화 속 엠씨는 "우간다 슈워제네거!" "와칼리우드 코만도!"와 같은 추임새를 집어 넣는다. 

 <누가 캡틴 알렉스를 죽였는가?>는 와칼리우드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유튜브를 통해 예고편이 공개되자 높은 주회수를 기록했고, 사람들의 다양한 리액션이 이어졌다. 제작자인 알란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뒤 무작정 우간다로 향해 와칼리우드 사람들과 우정을 쌓고, 함께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다큐멘터리 <쇼 브라더스와 쿵푸 신드롬>(Iron Fists and Kung Fu Kicks, 2019)의 끝자락에 알란과 나브와나가 출연한다. 이들은 홍콩의 쿵푸영화와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자신의 영화 공동체에 미친 영향과 그것을 드러내는 와칼리우드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브와나 감독은 와칼리우드가 너무 폭력적이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 알란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진짜 폭력은 군인이 마을로 와서 아버지를 가리키고 창고 뒤에서 총성 두 번이 울린 뒤 이버지를 영영 못 만나는 것" 이들의 영화는 실재적인 폭력의 위험에 놓인 우간다 시민들이 그것을 알리는 방식이다. 이들이 암시장을 통해 수입한 각종 장르영화들은 그 재료가 된다. 자본의 힘을 통해 안전하게 재현되는 폭력은 와칼리우드의 영화를 통해 실재하는 폭력을 환기한다. <누가 캡틴 알렉스를 죽였는가?>는 2019년 신작 <크레이지 월드>(Crazy World)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창작활동을 가능케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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