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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05. 2020

3.<나잇&데이>

원제: Knight & Day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톰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제작연도: 2010

 제임스 맨골드의 <나잇&데이>는 재밌는 영화다. 사실 재밌다는 표현 말고 별 다른 지칭이 필요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평범한 사람인 준(카메론 디아즈) 앞에 비밀요원인 로이(톰 크루즈)가 나타나며 시작된다. 공항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로이가 마침 비행기 옆자리에 앉게 되고, 준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주변의 모든 이들이 사라지거나 죽은 채 로이만이 서 있으며, 이내 비행기는 옥수수밭으로 추락하게 된다. 준은 자신을 비밀요원이라 소개하는 로이를 쉽게 믿지 못하지만 이미 로이의 여정에 휘말리고 말았다. 이들은 보스턴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페인 세비야로 이어지는 위험한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나잇&데이>의 테마를 꼽자면, 그것은 '신뢰'일 것이다. 준은 로이의 정체는 물론 수차례 죽음의 위협을 넘기며 로이의 여정에 동참해야 할 이유를 계속 의심한다.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지는 3자대면 장면이다. 준은 유럽의 어느 식당에서 로이를 모함한 그의 동료를 만나고, 곧 로이가 대화에 합류한다. 일반적으로 두 명이 대화하는 장면에선 180도 법칙이라 불리는 촬영 수칙이 적용된다.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 사이에 임의에 선을 설정하고, 카메라는 그 선의 한쪽 180도 안에서 각 인물을 촬영하는 것이 규칙이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인물의 수가 늘어나면 180도 법칙은 변형된다. <나잇&데이>의 3자대면 장면은 변형된 180도 규칙의 모범적인 사례이자, 이를 통해 로이에 대한 준의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영리한 장면이다. 로이와 그의 옛 동료 중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계속해서 갱신되는 인물 사이 임의의 선처럼 로이에 대한 준의 신뢰도 갱신된다.

 <나잇&데이>는 스탠리 도넌의 <샤레이드>(1963)이나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처럼 코미디와 액션, 로맨스를 두루 다루는 196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을 재현하고 있다. 범죄자, 비밀요원, 군인 등의 과거를 감추고 있는 남자 주인공, 그리고 그와 우연히 엮이게 되는 여자 주인공, 이들이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들을 돌아다니며 벌이는 활극. 전형적인 범죄/스파이 액션 장르와 스크루볼 코미디를 뒤섞은 당시의 영화들을 <나잇&데이>는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거기에 톰 크루즈 특유의 액션 스타일과 그것을 최대한 재밌게 담아내는 제임스 맨골드의 합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 중반 쯤 준이 자동차를 몰고 로이가 바이크를 탄 채 벌어지는 카체이싱 장면이 등장한다. 그 중 자동차를 운전하는 준의 시점으로 다리에서 바이크를 타고 점프한 로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준의 시선에서 저 멀리 강으로 추락하는 바이크가 보이지만 로이는 그곳에 타고 있지 않다. 바이크가 강물에 닿자 준이 몰고 있는 차에 헬멧이 떨어지고, 그 위로 로이가 떨어진다. 제임스 맨골드는 이러한 방식으로 액션의 리듬을 보여준다. 톰 크루즈라는 걸출한 액션 스타가 소화하는 실제 액션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로이의 여정에 발 맞추어가면서도 자신의 리듬을 새겨 넣는 준처럼, 영화를 보는 관객도 제임스 맨골드가 만들어낸 액션과 코미디, 로맨스의 리듬 속에 빠져들면서 각자가 원하는 재미의 리듬을 찾아내게 된다. 이미 수차례 관람한 영화임에도 여전히 <나잇&데이>가 재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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