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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23. 2020

23. <우리들>

감독: 윤가은
출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제작연도: 2015

 개인적으로 윤가은의 두번째 작품인 <우리집>(2019)이 아쉬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의 데뷔작인 <우리들>에서 지켜졌던 눈높이의 규칙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어른들의 사정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들>은 철저한 눈높이의 영화, 시점의 영화이다. 초등학생인 선, 지아, 보라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철저히 어른들을 배제한다.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카메라는 어른들의 얼굴을 프레임 밖으로 밀어낸다. 어른들은 뒷모습, 옆모습, 가슴 아래 정도만 보이는 모습 등으로 등장하며, 아이들의 시선을 대신하거나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시점을 맡기지도 않는다. 

 <우리들>은 눈높이를 통해 보편을 획득한다. 누구나 경험했을 그 눈높이, 지금 다시 찾아가면 내 키보다 살짝 클 뿐이지만 어릴 적에는 거대하게 보였던 담장을 재발견하는 경험이 <우리들>에 존재한다. 또한 <우리들>은 남자아이에게 주로 주어지던 갈등과 성장의 서사를 여자아이들에게 부여한다. 직접 각본을 쓴 윤가은의 경험과 캐릭터와 유사한 또래의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배우의 경험은 선, 지아, 보라의 이야기 속에서 절충되어 제시된다. 스마트폰과 같은 요소가 개입되지만 그것은 두 경험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정도로만 활용된다. 때문에 누구나 가졌던 눈높이, 자라서 성인이 된 사람이건, 아직 영화 속 인물들과 같은 또래의 사람이건 한번씩 지녔던 그 눈높이는 갈등과 성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 구도를 관객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가끔 내가 스크린 안에 있었던 것 같은 영화가 있다. <보이후드>가 홈비디오를 보는 기분이라면, <우리들>은 잠시 그 눈높이로 되돌아가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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