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02. 2020

2020-08-02


1. 마테리알 3호에 [이미 흩어진 '밀레니얼 시네필']이라는 글로 참여했다. 이전에 씨네21일 '우리 시대의 시네필' 특집기사를 보고 남긴 메모(https://blog.naver.com/dsp9596/221923645767)를 확장한 글이다. 선주문은 링크로(https://ma-te-ri-al.online/3%ED%98%B8-%EC%84%A0%EC%A3%BC%EB%AC%B8


2. 인디포럼에서 단편 5편을 봤다.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은 작년 계원예대 졸업전시 이후 다시 관람한 것이었는데, 정여름 감독의 말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전시 때 사용한 푸티지(주로 뉴스나 유튜브 영상)이 줄어들고 다른 푸티지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그 중엔 포켓몬고의 AR기능을 통해 촬영한 푸티지도 있는데, 이것을 카메라를 통한 통상적인 촬영으로 봐야할 지, 게임 화면을 녹화한 푸티지로 봐야할 지 상당히 고민됨... 8월 전주국제영화제 장기상영회로 다시 보고(인디포럼 상영과는 조금 다른, 푸티지가 바뀌기 전 버전이라고 함) 뭔가 써볼 예정.

 <종이접기 튜토리얼>은 '종이접기'라는 제목과는 달리 투명한 필름을 접는 5분짜리 실험영화이다. 필름을 접고 접은 필름에 오브제를 담아 어떤 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스크린의 스크린의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 인디포럼의 '선정의 변'에서는 "형식은 유튜브 튜토리얼 영상의 그것과 다를 바 없지만 시선의 전복을 통해 직관적으로 영화란 무엇인가를 질문합니다."라고 쓰여 있지만, 스크린이 영화만의 특권이 아니게 된 이상 이를 "'유튜브 튜토리얼 영상의 그것'을 영화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고 싶다. 

 <목요일>에 대해서 김병규 평론가는 "인물의 시간을 초과하는 장소의 시간에 관한 영화다."라고 쓰고 있다. 다만 '장소'를 담당하는 구조물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던 영화.

 <성 쌓고 남은 돌>은 단군신화의 호랑이에서 출발해 3D 모델링으로 재현된 판문점(과 그 밑의 감춰진 폐허)를 엮으며 '한국'이라는 지점으로 향하는 작품이다. 호랑이를 포함해 학생, 노인, 중년 여성, 중년 남성, 군인, 펑크락 밴드 멤버 등이 모여 함께 돌탑을 쌓는 장면은 '한국'이라는 불안정한 기표를 다양한 이미지의 총합으로 묘사한다. 다만 본래 플랫폼엘 다원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인만큼, 극장보단 오브제나 다른 방식의 스크린을 사용한 영상설치작품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은 작품. 

 <검은 옷을 입지 않았습니까?>는 2019년 11월 파리에서 노란조끼 시위에 휘말린 이후 그것의 기억을 재현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기억의 재현은 검은 후드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인 '블랙 클래드 유스'라는 그룹의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같은 복장을 착용하고 모인 이들은 어떤 공간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선보이는데, 모스부호, 연기, 복장의 통일성 등의 요소는 모인 이들의 인간성을 지우고 이들을 하나의 군집으로 만들어낸다. 서울, 파리, 홍콩을 나타내는 세 개의 모스부호는 각각 촛불시위, 파리 노란조끼 시위, 홍콩 민주화시위라는 맥락을 덧붙인다. <"How to riot” tips and tactics with the black>이란 영어 제목은 작품의 의미를 조금 더 분명하게 만드는데, '팁과 전략'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개인'에서 탈피해 '집단'이 되는 것이다. 개인을 지우고 집단이 되는 과정, 그 과정은 스크린 위로 빛이 쏟아지며 기억을 영사하는 영화의 과정이 아니라,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빛을 등지는 암흑으로 향하는 과정에 가깝다. 


3. <소년 아메드> 개봉을 맞아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을 상영하길래 <내일을 위한 시간>과 <더 차일드>를 봤다. 그 전까진 <언노운 걸> 외에 본 작품이 없었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동료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동하는 산드라의 표정이 점점 단단해지는 것이 아름다웠고, <더 차일드>는 여성 수난극을 남성 인물의 시점으로 풀어낸 것 같아 어딘가 애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4. 스파이크 리는 칸 영화제가 무산되어 <Da 5 블러드>의 개막식 상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1971년과 2019년을 오가는 영화가 플래시백 장면의 화면비를 1.33:1로 사용하는 것까진 알겠는데, 2019년 현재 시점의 장면에서 1.89:1과 2.39:1로 화면비 구분을 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현재와 과거 사이에 위치한, 베트남으로 되돌아간 참전 군인들을 애매한 화면비 속에 가두듯이 그려내고 싶었던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서울아트시네마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