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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25. 2021

<미나리> 정이삭 2020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 부부는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빗(앨런 킴)과 함께 미국 남부 아칸소주의 시골로 이사한다. 바퀴 달린 트레일러 집에서 살게 된 이들, 제이콥은 그곳에 한국 농작물을 기르겠다는 꿈을 가지고, 모니카와 함께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 중이다. 한편 모니카는 심장이 좋지 않은 데이빗이 항상 걱정이다. 제이콥은 인근에 사는 어딘가 기이한 인물 폴(윌 패튼)과 함께 농사를 시작하고, 아이들을 볼 시간이 줄어들자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미국에 오게 된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미나리>는 처음 공개된 2020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시작으로 전미비평가협회 등을 비롯한 여러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등 전 세계에서 74개의 상을 수상하였으며, 윤여정 배우가 26개의 연기상을 수상했다.(2/24 기준) 현재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미국배우조합상의 앙상블 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미국 주요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여러모로 큰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는 <미나리>를 3월 3일 개봉 전 시사회로 미리 관람했다.

 “아름답고 보편적이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미나리>는 가장 보편적인 층위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한 가족이 있고, 이들은 새로운 삶을 찾고자 고향을 떠나 미국에 도착한 이들이다. 심지어 미국 안에서도 캘리포니아와 맴피스에서 살다 아칸소에 막 도착했다. 115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들은 아칸소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겹기만 한 병아리 감별사 일을 이어가고, ‘Big Garden’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꿈을 꾸고, 그 과정에서 이들은 여러 번 다시 출발한다. 아칸소에 도착한 것이 그 시작이라면, 제이콥이 폴과 농사를 시작한 것, 순자의 도착, 데이빗이 친구를 만난 것, 우물이 마르자 결국 수도를 연결하는 것, 새집에 온 첫날이니 다같이 바닥에서 자자는 제이콥의 말이 먼 길을 돌아 등장하는 순간, 아직 아칸소에 자리잡지 못한 이들의 삶은 끊임없이 다시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갈등들, 가령 꿈을 이루고 싶은 가부장 제이콥과 현실적인 안정을 바라는 모니카 사이의 경제적 갈등,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적 할머니 상만을 보고 살아온 데이빗이 순자에게 “할머니는 왜 쿠키 구울 줄도 몰라?”라고 말하는 것, 인근 주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폴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 등이 줄지어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은 충분히 가족을 갈라놓을 수 있는 것들이다. 어떤 갈등은 이들을 흩어놓기 직전으로 몰고 가지만, 어떤 갈등은 이들을 다시 한 가족으로 묶어낸다.

 순자는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단다. 원더풀 미나리, 원더풀.”라고 말한다. 야생 미나리는 군집을 이루어 자라는 습성이 있다. 미나리는 씨를 뿌리면 어디서든 모여서 잘 자란다. 영화 속 가족이 아칸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할지, 혹은 그곳에 정말로 정착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이들이 아칸소에서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준다. 하지만 정이삭 감독은 이들이 어느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함께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것을, 갈등 속에서도 함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원더풀 미나리, 원더풀”이라는 순자의 말에 “미나리~ 미나리~ 원더풀~ 원더풀~”하고 덧붙이는 데이빗의 노래는, 그 믿음을 지탱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본 리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 지침을 철저하게 지킨 VIP 시사회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위 포스팅은 영화사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영화 관람 후의 주관적인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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