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8시 40분, 수영장을 간다.
"미숙 씨! 요즘 접영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
"접영이 잘 안 돼서요. 앞으로 잘 안 나간다니깐요."
"저도 똑같아요. 늘 제자리예요. 그래서 이제는 아예 잘하려는 생각을 버렸어요. 그러니까 수영은 못 해도 재미는 있더라고요"
"맞아요. 재미는 있어요. 수영이 "
미숙 씨는 나와 동갑내기인 같은 수영장 회원이다. 비록 이름과 나이밖에 모르는 사이지만 항상 깔깔거리며 같이 수영을 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아픈가?'
'무슨 일이 있나?'
나를 비롯한 같은 반 회원들도 하나, 둘 그녀의 부재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그녀를 마주했다.
"어머! 미숙 씨~ 요즘 왜 수영장 안 나오세요?"
"아~! 그냥 당분간 좀 쉬려고요?"
"아니,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뇨. 그냥 남편에게 좀 미안해서요."
'수영 다니는 게 왜 남편에게 미안하기까지 할까? 나쁜 짓을 배우러 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건강 하나 지키자고 하는 이 운동이 왜? 어째서 남편에게 미안하기까지 할까?'
순간 이런 내 마음은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 대한 무례함이 되어버렸다.
"큰 아이가 고3, 둘째가 고 2 , 막둥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
"어머!"
"아이들 특히 큰 아이 밑에 사교육비가 엄청 들어가요. 제가 이 수영장비 10만 원을 아끼면 애들 간식도 넉넉히 챙겨줄 수 있을 것 기도하고 홀벌이인 남편에게 내 수영장비까지 벌어오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또, 이 운동비 대신 우리 막둥이 학원을 하나라도 더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동시대를 살아왔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가 같다고 해서 결코 삶의 색깔이 같은 건 아니었다.
일상이 치열한 자.
일상을 망각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