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있는 초등학생을 또는 사고가 어린 사람들을 '잼민이'라고 부른다. 잼민이의 설은 아주 다양하다. 유튜버가 그렇게 불러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고, 초고속 인터넷이 강세를 이루던 시절, 초등학생들이 집에서 게임을 많이 하면서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온라인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어른들이 게임을 엄청 잘하는 아이가 있어 물었다.
"너 게임 왜 이렇게 잘해? 네 이름이 뭐니?"
"저요? 재민이 인데요."
"재민이?"
"재미니"
"잼민이"
그 시절 게임을 잘하는' 재민이'라는 아이의 이름을 계속 부르다 '잼민이 '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 '잼민이'는 어른보다 나은 초등학생이라고 정의해두고 싶다.
나의 제자인 재민이가 그랬다.
두바이에서 한글 선생님이었을 때 대다수의 학생들은 대기업 주재원들의 자제였다. 이들은 오랜 해외생활로 인해 한글 실력이 부족했고 곧 돌아갈 한국에서 당장 치러야 할 입시에도 취약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재민이는 매일 축구를 하고 와서 유니품을 입은 채 책상에 앉았다. 앉자마자 티셔츠 한가운데를 손으로 움켜쥐며 이마까지 끄집어 올려 흐르는 땀을 쓱쓱 닦아 내렸다. 그리고는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고 , 자세를 다시 바로 잡은 뒤 웃으며 말했다.
"이제 준비됐어요. 선생님. 수업할 수 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해외생활을 한 재민이는 한글 실력이 좋을 리가 없었다. 특히 맞춤법은 엉망이었다. 단어는 무조건 소리 나는 대로 썼으며, 받침은 항상 반대로 썼다. 하지만 재민이는 자신의 한글실력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그저 수업자체를 즐기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영어로만 모든 게 이뤄진 국제학교를 벗어나 유일하게 한국어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항상 신이 나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재민이가 축구를 하고 와서 땀을 흘리는 게 아니라 40도가 넘는 이 두바이 날씨임에도 뛰어오느라 그랬던 것이다. 이런 재민이를 만난다는 건 교육자로써 아주 큰 행운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재민이에게 한 수 배운일이 있었다.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재민이가 시험을 쳤는데 그 시험에서 당당히 백점을 맞은 것이다.
나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재민이의 이름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분명 재민이의 시험지가 확실했다.
이번에는 내가 재민이에게 뛰어갔다.
"재민아! 재민아!! 너 이번 시험 100점이야!"
"정말요?"
시험지를 확인한 재민이는 예상외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본인이 100점을 맞을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선생님, 근데요... 제가 어떻게 100점을 맞았는지 아세요?"
"응?"
잠시 뜸을 들이던 재민이 앞에서 난 온갖 상상을 했다.
'설마.. 설마.. 찍은 거니?'
'아님 커닝?'
그때 입 한가득 머금고 있던 재민이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터져 나왔다.
" 선생님, 제가요. 어떻게 백점을 맞았냐 하면요....
제가 시험 칠 때 정말 최선을 다 했거든요.
그래서 백점 맞은 거예요."
이렇게 아이의 순수함은 항상 어른들의 상상력을 구질구질하게 만든다.
잼민이: 어른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일깨움을 주는 초등학생.
순수한 잼민이로 자라는 자.
어리석은 잼민이 가 되어 버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