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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Aug 08. 2021

무게

2021년 8월 7일 토요일

  우리는 종종 "무겁다"라는 표현을 쓴다.  단순히 과학적 의미에서의 무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슬프거나 암울한 분위기의 영화를 보고, "이 영화는 좀 무겁더라"라고 말하기도 하고, 힘들 때는 "몸이 너무 무겁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 무게들을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기에 이런 말들을 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의미를 "무겁다"라는 말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서 조금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곳에 무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에도 무게가 있다

  시간에도 무게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자신만의 시간의 무게가 존재한다. 흘러간 시간이 가끔 내게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고, 할 일 없는 시간을 가볍게 보낼 때도 있다. 시간의 무게란 시간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흘려보낸 시간의 가치가 높다면 무겁고, 가치가 그에 비해 낮다면 가볍다. 그러나, 당시에는 가볍게 보냈던 시간이 나중에 보면 무거울 때가 있다. 시간의 무게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화한다. 시간의 무게를 재는 저울은 시간 그 자체인 셈이다. 



말에도 무게가 있다

  말에도 무게가 있다. 여러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던 사람이 건넨 한마디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있다. 말의 무게는 그동안 했던 말들에 의해 결정된다. 거짓말을 많이 했던 사람이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고, 평소에 사실만을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믿게 된다. 내가 그동안 했던 말들이 내 말의 무게를 결정한다. 말의 무게를 재는 저울도 결국에는 말 그 자체이다.



관계에도 무게가 있다

  관계에도 무게가 있다. 그저 오늘 있었던 일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내 마음속 깊은 고민까지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재는 관계의 무게를 결코 신뢰해서는 안 된다. 내가 가볍게 생각했던 관계들이 그들에게는 무거운 관계일 수도 있고, 내가 무겁게 생각했던 관계가 그들에게는 가벼운 관계일 수도 있다. 관계의 무게를 재는 저울만은 관계 그 차제가 아니라 "상대방"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관계의 무게는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결정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무겁다"를 치기만 해도 뜻이 10개 가까이 된다. 뜻의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만큼 "무겁다"라는 말이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와닿는 뜻을 고르자면 이걸 고를 것이다.

마음이 유쾌하지 않고 우울하다

 


오늘 내 하루의 무게는 어떠했는지 돌아보며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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