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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Jul 24. 2022

눈물을 참지 말 것

2022년 7월 3주

내 생일인데...

  이번 주 목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그래서 늘 그랬듯이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미역국을 먹고 있었다. 미역국을 먹으며 오늘 뭘 하고 선물은 뭘 받을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앞에서 어머니와 동생이 다투기 시작했다. 늘 같은 전개이다. 동생의 사소한 신경질에서부터, 어머니의 분노, 그리고 서로에게 이어지는 비방들.


  그래서 슬슬 나도 화나 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분노는 전염되는 거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날 진정시키고 미역국을 먹었다. 그런데 동생과 어머니 사이에 욕설이 오가자 더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생일인데...



눈물이 나왔다

  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기보다 우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화를 내던 사람도 내가 화났을 때는 먼저 사과를 건네주는 편이다. 난 사과를 받는 것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걸 선호하기에, 이런 나 자신이 싫어서 항상 화가 나도 눈물을 참는 편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집을 나왔고, 길을 걸으면서 울었다. 난 울음을 많이 참는 만큼 한번 울면 멈출 수 없는데, 그날을 그냥 참지 않고 막 울어버렸다. 길을 걸으면서. 진짜 나를 놓고 그렇게 울었던 적은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눈물이 멈췄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진짜 눈물이 멈추는 때가 왔다. 마음이 후련해졌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행복한 생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어머니께서도 미안하다는 문자가 왔다.

한의원에서 보낸 문자로 사과하는 모습이 사과를 잘 못하는 엄마다워서 재미있었다.

  그날 난 눈물을 참지 않았다. 그리고 눈물이 멈춘 뒤 별 일 없이 행복한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어쩌면, 눈물을 참아서 해결되지 않는 건 갈등뿐만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아쉬움도 있지 않을까.



앞으로는 눈물이 날 상황에 혼자 울며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다짐하며 일주일을 마친다.




Photo by Mayank Dhanawad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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