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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Sep 26. 2022

작은 응원의 말

"힘내라 새끼야"

 최근, 자습시간에도 그렇고, 수업시간에도 그렇고 공부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피곤하기도 해서 자주 엎드려 자곤 했다. 석식을 먹기 전에 오후 자습 2시간을 통째로 날리는 날도 많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피곤하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자습시간에, 한 친구가 엎드려있는 내 등을 두드리며 음료수 한 병을 책상 위에 두었다. 그러면서 내게 한마디를 툭 던지고 갔다.

"힘내라 새끼야"

평소 그 친구가 욕을 하는 게 많이 거슬려서 주의를 주는 편인데, 그때는 주의를 줄 수가 없었다. 그 한마디가, 내게 너무 깊게 다가온 탓이었다.


  곧바로 잠이 깨서, 음료수를 들이켰다. 그러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게 꼭 음료수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언뜻 들으면 "힘내라 새끼야"라는 말은, 친구 사이에 하기에는 조금 가식적인 말인 듯하다. 나도 피곤해서 자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음료수를 건네며 그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건, 그 친구도 내게 그 말을 건넬 때까지 많은 고민을 거쳤을 것이라는 뜻이다. 걸핏하면 가식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우니까. 그 친구도 많은 용기를 내어 내게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작은 한 마디가 하루의 원동력이 될 만큼 큰 힘이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도 신기했던 나머지 조금 고민을 해 보았는데, 아마 그런 당연한, 가식적인 말조차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어릴 적부터 난 늘 스스로 해결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어도,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내 성격상 어려운 일을 혼자 헤쳐 나가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즐기는 것도 있었겠지만, 결국 난 그 흔하디 흔한 "힘내"라는 말조차 듣지 못하고 고등학생이 되었던 것이다.


난 타인의 도움을 받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이게 좋은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의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도 힘이 나는 걸 보면,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좋은 친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면 내일도 좋은 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힘내라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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