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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Nov 18. 2022

나에게는 어떤 기억이

안채윤 [서촌의 기억]을 읽고

서촌의 기억

  안채윤 작가의 '서촌의 기억'은 태인이 서촌으로 이사를 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이백여 통에 달하는 편지 모음을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한 청년, 구자윤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소설은 청년의 염원을 이루어주기 위한 태인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편지 본문이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읽으며 구자윤이 한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1950년 6월 25일을 전후로 편지의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한국전쟁 발발일이다. 전쟁으로 인해 전해지지 못한 편지가, 태인에 의해 그 대상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태인은 할머니가 되어 있을 편지의 대상을 찾아 떠난다. 그러다 구자윤의 친구이자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가 된, 정선우를 만나고, 그곳에서 구자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에게서 정보를 받아 여인을 찾고, 편지를 주인에게 전해줄 수 있게 된다. 



전쟁과 기억

  이 작품은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사실주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가볍다. 전쟁의 아픔을, 주인공들의 사랑으로 풀어나간다. 마지막에는 그 편지가 전달되면서, 늦게나마 구자윤의 사랑이 여인에게 닿는다. 결국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눠보지도 못했지만, 태인에게 전해진 편지가 이 둘을 이어준 것이다.


  전쟁으로 끊어진 인연이 편지를 통해 이어지고, 서로에 대한 기억이 생겨나는 과정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제목이 지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소설의 내용은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되는데, 그 시간 동안 '서촌'이라는 공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 공간에 구자윤의 편지에 담긴 '기억'이 엮여 이 책의 제목이 탄생한 것이다.



나에게는 어떤 기억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어떤 기억을 남겼었는지 고민해보았다. 내가 그동안 기록했던 플래너, 일기장, 블로그나 브런치 등이 다른 사람에게 읽혔을 때 어떨지 궁금해졌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특별하고 극적인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내 기록들도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기록들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쓴 편지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쓴 소설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의 생각이 담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기억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내 예전 글들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그 글들을 보니, 그 시절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랐다.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내 글 속에 담겨있던 것이다.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그 글들이 소중한 기록이고, 기억이다. 내 삶들을 기록한 것들이 모이면, 충분히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만으로 무시해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과거의 내가 보내는 '편지'인 것이다. 







지금의 내가 써내려간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기록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내게만은 기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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