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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Jan 27. 2023

결국 필요한 건, 무식함이었구나

그동안 글 쓰기가 힘들었던 이유

글을 쓸 수 없었던 2달


  첫 번째 이유는 시험이었다. 2학기 기말고사를 심하게 못 본 뒤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두 번째 이유는 학업이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한 일주일 정도는 공부에만 매달렸었다. 이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두 달 동안 글을 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글쓰기가 두려워져서


일 것이다.


   사실 글을 안 쓰던 동안에도, 평소처럼 글을 쓸 내용이 생기면 메모장에 메모해두기도 하고, 작가의 서랍에 주제와 개요를 조금씩 정리해 두면서 글을 쓸 준비를 해 두긴 했다. 하지만 글쓰기를 시작할 때면, 어김없이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글로 써야 할 내용들이 넘쳐나는데, 내 작문 실력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화가 났다. 그래서, 글 쓰기가 두려웠다.



조언과 깨달음


  두 달간 글을 못 쓰다 보니, 이 두려움을 없애고 싶어서 내가 아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사람에게 이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글을 쓸 때, 담고 싶은 것은 많으나 작문 실력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그 사람의 답변은 이러했다.

 처음에 너무 많은 걸 쓸려고 하지는 말아 보세요.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글은 첫 문장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첫 문장을 쓸 때 모든 것을 담아서 썼다. 하지만 첫 문장이 잘 써지지 않으면,  글 전체가 막혀버리곤 했었다.


  그래서 내 다음 글에 그 사람의 조언을 적용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친구의 블로그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그 글은 '못하는 게 없도록 생각하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그 한계까지만 노력하다 보면, 결국에는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의 영상도 첨부되어 있었다. 그 글을 읽고 내가 어릴 적에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고, 그래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실제로도 많은 일들을 했었다. 그리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도 그동안 해왔던 일들처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시작했기에,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좋은 성적은 부모님께 기대를 안겼고, 나는 결국 다른 일들을 시도해 볼 시간에 공부를 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하고 싶은 것들에 생각 없이 도전하는 무식함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말'라는 조언을 내가 인정할 수 있었던 건, 내가 글을 시작할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학교 시절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 문장이나 써도 뒤에서 내용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의 나는 첫 문장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의 블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무식함'이다. 글을 쓸 때 너무 많은 생각이 담기지 않도록, 사람들이 놀랄 만한 글을 써야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무식함'. 그냥 어떻게든 써보고, 남은 내용은 퇴고를 하며 고쳐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무식하게,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문장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친구의 블로그 글
https://blog.naver.com/dawnfire05/222993135482
(아 친구가 이웃공개를 해 둔 글이었네요..출처만 밝히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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