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츠지히토나리), 그리고 그해 우리는
헤어짐이 있은 뒤에 옛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정말 많다.
그때 그 공간이 될 수도 있고 그때의 노래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주인공 남녀가 하나의 약속을 한다.
내 서른 번째 생일날은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사실 나는 피렌체의 두오모를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그곳은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물론 나에게 그런 장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몇몇 장소가 그렇다.
어쨌든, 우리는 책을 보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진짜 같지만 가상인 현실에 감정 이입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지금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올까를 꿈꾼다.
그리고 늘 다시 시작하기 전엔 우리가 헤어진 이유, 헤어졌던 문제를 되새겨본다.
과연 우리는 그때의 우리와 달라져 있을까. 그 문제를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으면서, '그해 우리는'을 보면서 연인이 옛 연인이 되고 다시 연인이 되는 과정에 대한 고민, 그리고 나은 결말을 위한 우리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먼저 첫 번째로 같은 문제의 반복에 대한 고민이다.
헤어짐이 가벼운 사람은 없다. 그만큼, 그때의 문제가 헤어질 만큼 무거웠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이다. 그것이 두렵다. 또 같은 일로 내가 힘들고 너를 힘들게 할까 봐.
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학습효과라는 것이 있다. 어떤 경험을 통해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그것이 문제였다면 다음번에는 그러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 때문에 너와 내가 다시 만나면 나는 그 상황이 또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은 여러 모습이 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그 상황을 피하거나, 헤어짐의 기간 동안 나 스스로를 트레이닝해 이제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그때와는 다른 방법으로 너와 해결하려고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문제로 헤어짐을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두 번째,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또 새로운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된 이상, 이미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너무 달라져있다. 이것이 사람에 대한 생소함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제 나를 배려하네? 달라졌구나'하고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때의 너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이젠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님에서 오는 밋밋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너는 내가 알던 네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서로는 같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연애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지만 새로운 너를 맞이할 준비. 더욱 성숙하게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 번째, 지난 헤어짐의 뚜렷한 납득과 이해가 필요하다. 헤어짐은 아무리 그 이유가 명확해도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불분명하거나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상황의 한계 때문에 헤어진 연애는 그 여운이 더욱 길게 간다. 따라서 다시 연애를 시작할 때는 그 부분에 대한 서로의 응어리가 없어야 한다.
'그해 우리는'에서 웅이는 연수에게 '그때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정확하게 뭐야'라고 묻지만 연수는 그 이유를 회피한다. 물론 연수에게도 그때의 기억은 상처이다. 이 드라마에서 웅이는 이미 사정을 알고 있고 연수가 그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릴 마음이다.
그래서 이제 연수의 노력에 달려있다. 연수가 그 부분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웅이는 견디고 버티는 연애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잘할 사람이지만 그게 마냥 즐거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미 웅이는 연수를 안아줄 수 있는 마음과 재력까지 갖췄다. 망설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모든 것이 연수의 극복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연수가 극복했으면 좋겠다. 웅이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놓인 모두가 극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생각보다 속이 좁거나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고.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누구나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 달라진다.
그때의 나와 너, 우리는 이미 기억 속의 너와 내가 아니다.
그래서 그 끝은 나도 모르겠다. 과정이 그러할 뿐 모두가 마음 가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 이성적인 판단은 가족과 친구들의 충고로 충분하다.
그리고 너는 충분히 노력하고 잘할 것이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이미 그 과정을 겪어낸 우리는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이다.
예전 사람이지만 새로운 너이든, 새로운 사람이지만 예전의 너와 같은 사람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