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UBU Jul 11. 2022

뜻밖의 육아:시작

'이모'는 처음입니다.

'이모'는 처음입니다.





캡틴이 가 태어났을 무렵에 일 안 하는 반백수 반 학생 신분이었다.







퇴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여러 번 했었다.








'업무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보다는 업무 도중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인권이란 없었다. 모두가 그러한 건 아니지만 서비스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에게 지친 나는 응대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기에 부장님과 면담을 진행했었고, 그리고 나면 항상 발령 1순위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꼭 저렇게 인사이동이 나는 것만은 아니다. 인사이동 연차수가 꽉 차거나, 타 지점, 타 지사에 보충 인원이 필요할 경우 급발진해서 인사이동이 나곤 했다. 첫 발령이 그런 케이스였다. 어이없게도 새로운 지점 오픈 과정에 해당 지역 직원이 부족하다고 하여 오픈일 3일 전에 발령이 났었다. 당시 다니고 있던 지점에서 새로 오픈하는 지점까지 거리는 차로는 내부순환로 17KM, 강변로 23KM이며, 도보 횡단으로는 14KM가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물론 집에서부터 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현재 다니고 있는 지점에서 따지면 너무나도 파격적인 거리였다. 그래서 당시 같은 지점에 있던 직원들이 걱정을 많이 했었다. 새로운 지점에 또 정신없이 적응해야 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그만두려는 직원들을 꼭 다른 지점으로 돌린다. 정말 직원 부족 현상과 연이은 신입 교육으로 지쳐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절실했을 무렵에 조금이나마 그만둘 수 없는 동아줄을 만든 게 편입학이었다. 마지막 동아줄 같은 거였다.


회사 스케줄을 감안하여 골라서 편입학을 했었다. 편입학에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앞서 말한 이유가 그래도 무게가 많이 싣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아줄은 얼마 버텨주질 못했고 나는 그렇게 퇴사하고 새로운 내 신분으로 쓰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이런 신분이라서 조카 '캡틴'이를 한 달에 한두 번은 보러 갈 수 있었고, '뜻밖의 육아'가 시작된다.













캡틴 아니고 "똥쟁이"


아기들은 태어나서 먹고 자고 싸면서 크는 거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말일까 의심해 본다. 먹는 것도 보면 얼마 먹지도 않고는 입을 떼어 내버린다. 소화를 시키지 않고 눕히면 역류하는 경우가 있어서 소화시키고 눕히려고 노력한다. 트림하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면 트림도 안 하고 고새 잠들어 버릴 때도 있다. 나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때가 많다. 눕히려고 하면 어떻게 알고 "에에" 울려고 시동을 건다. 자는 거 아니었나. 정말 아기는 신기하다. 잠들어서 눕히고 나면 얼마 안 돼서 울기 시작한다. 운다는 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와 같은 거다. 처음 만났을 때는 눈만 껌뻑이면서 일어났었는데 울면서 깨어난다는 건 말하는 거와 같은 신호다. 이모는 처음이라서 그런 거 모른다. 이 녀석아. 이때 엄마와 쌍둥이 동생은 후딱후딱 알아차리고는 처리한다. 자다가 똥을 싸서 불편하다는 신호였다. '왜 자기가 똥 싸고선 왜 우는 거야' 속으로 혼자 말했다. 그 이후 캡틴이는 내 마음속에서 '똥쟁이'가 되어 있었다. 먹는 것도 별로 없는데 똥을 너무 자주 싼다. 아기는 괄약근이 약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하루에 7~9번 정도 기저귀를 갈아 채운다고 한다. 웃긴 건 똥 쌌을 때만 운다. 이렇게 보면 '태어날 때부터 변비인 사람은 없구나. 모든 사람들은 태어날 땐 장운동이 활발했네'라고 생각했다. 똥쟁이가 기저귀를 갈아주자 토닥토닥해주니 바로 잠들었다. 세상 '이모'들은 나처럼 이렇게 똥쟁이 조카가 이쁘게 보이려나. 이모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내 조카인 것도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너무 신기하고 예쁘다.













응답하라. 캡틴.


막상 캡틴 이를 보러 가도 캡틴이 가 방실방실 웃어주거나 잘 그런지 않는다. 내 조카지만 너무나 과묵한 아기이다. 그렇다고 막 찡찡거리거나 막 울지 않는 게 한편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했다. 지난번과 다르게 이제 깨어 있을 때는 말똥말똥 까만 눈동자로 이 사람 저 사람 빤히 응시하면서 쳐다본다. 이제 나를 알아보는 건가? '이모'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으로 인식을 하는 건가. 아기들 발육상태에 따라 개인의 차이가 조금씩은 있지만 3개월 이후부터는 색을 볼 수 있고 사람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소리에 따라 행동 반응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컬러 모빌을 만들어서 갖다 주었다. 나는 수많은 취미 중에 하나가 바느질이었다. 뭔가 사부작사부작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 세상이 컬러로 보일 텐데 이모가 선심 좀 쓰지 뭐. 모빌을 천장에 이어 자주 누워서 노는 곳에 달아 주었다. 신기하게도 안 본사이에 컸다고 움직이는 모빌을 따라서 얼굴이 움직인다. 저 중에 어떤 모양에 꽂혔는지 그것만 쫒으면서 보는 거 같다. 빙글빙글 돌아가니까 같이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아기를 관찰한 적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신기했다. 그래서 그런가 모든 아기 기준이 '캡틴'이가 되어 버렸다. 캡틴이는 손발만 꼬물꼬물 움직이곤 큰 움직임 거의 없다. 엄마 말로는 캡틴이는 굉장히 순한 편이라고 하셨다. 다른 아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관찰해 본 적이 없어서 순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아직은 '이모'도 모르고 똥기저귀나 바꿔 달라고 우는 아기 정도로 밖에 확인된 바가 없다.













100일 지나고 나서 만들어준 컬러 모빌



작가의 이전글 '이모'는 처음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