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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온도, 반죽의 온도

파운드케이크

by 보석바

학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화사한 꽃향기가 퍼졌다.

평소와는 다른 공기의 분위기에 가슴이 괜히 설렜다.

뭐지 이 설레는 분위기는?


작업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낯선 얼굴이 보였다.

큰 키에 하얀 얼굴,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부드럽게 반죽을 다듬고 있었다.

그 주위로 수강생들이 빙 둘러서서 조용히 그의 손끝을 쫓고 있었다.


나는 앞치마를 입으며 힐끗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선생님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대신 제가 수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마저 차분했다. 따뜻하면서도 단정한 말투.

여자 수강생들의 눈빛이 그의 손과 얼굴을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은 파운드케이크를 만들 겁니다.

파운드케이크는 밀가루, 설탕, 버터가 1파운드씩 들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 그렇구나.”

평소 무뚝뚝했던 수업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용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고, 질문이 오갔다.


반죽을 섞는 손길이 조심스러워졌고, 오븐 앞에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나는 내 반죽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반죽이 유난히 매끄럽네… 온도가 잘 맞나?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파운드케이크는 반질반질 윤이 났다.


칼을 넣자 적당한 저항감과 함께 묵직한 단면이 드러났다.

한입 베어 물자, 진한 버터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역대급으로 맛있었다.

역시 제과는 버터와 설탕 맛인가?

아니면… 오늘 이 공간을 채운 따뜻한 온도 덕분인가?


반죽이 부드럽게 섞이려면 적절한 온도가 필요하듯, 사람의 마음도 온도가 맞아야 잘 섞이는 법이다.

오늘의 수업은 단순한 제과 시간이 아니었다.

마음의 온도, 반죽의 온도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조화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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