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얼마나 상심하는 게 적당할까
아침에 일어나 몸이 개운하지 않을 때 나는 어느 정도로 상심하는 게 적당할까.
파티에서 내 농담이 통하지 않을 때. 내가 얼마나 괴짜인지에 대한 오류의 규모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사춘기 아들이 밥을 제때 먹지 않고, 잠을 제때 자지 않고,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을 때 엄마는 어디까지 상심하는 게 적당할까.
이 아들의 문제가 사춘기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원래 예민한 기질 탓인지, 엄마 때문에 강화된 것인지, 그 오류의 규모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혹 생각하실 분이 계실까 하여, 사춘기 아들의 광폭한 행보가 시작됐을 때, 역시 나의 인생 선배 아니 후배 아니 10년 내공의 베테랑 상담사(이하. 선후베)가 내게 한 충고를 옮겨 본다.
절대 허용하면 안 되는 것 세 가지가 있어요.
건강을 해치는 행동.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 위험한 행동. 이건 꼭 지키게 해야 해요.
라면의 먹는 아들에 대입해 보자. 사춘기 아들이 얼마나 라면을 많이 먹어야 건강을 해치는 행동일까. 하루에 한번? 아님 두번? 몇달을 계속 질리지도 않게 먹을 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의 기준은 또 어떤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아무 문제가 없으면 괜찮은 걸까? 집에서 기본 생활 습관이 다 무너져 내려서 엄마 속을 긁어놓더라도? 어느 정도가 엄마가 사생결단해서 고쳐야 하는 '문제 행동'이며, 아니면 사춘기가 지나면 다 괜찮아 지는 행동일까? 만약 아들이 서너 달을 계속 라면을 입에 달고 사는 행동이 '건강을 해치는 행동'이라고 판단될 때, 엄마인 나는 아들을 얼마나 붙들고 닦달했어야 옳았던 걸까. 언제 내가 사생결단하고 개입했어야 사소한 순간은 문제행동이라는 결정적 순간이 되지 않았던 걸까.
아들에게 하루에 라면을 한 끼 이상 먹지 못하게 했으나 어느 날 두 끼 이상을 먹게 될 때? 두 끼 이상을 먹게 되던 날이 2-3일이 넘자 한두 마디 잔소리를 시작하고 그게 몇 주 계속되자 그게 왜 네 건강을 해치는지를 설명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들이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때? 아들과 대면하고 앉아 '네가 이런 행동을 계속할 경우 지금은 젊어서 모르겠지만 나이들면 고생 어쩌고~으로 시작되는 장황설을 이성적으로 늘어놓고, 또 어떤 때는 정성껏 차린 음식을 거절하는 것이 엄마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를 감성적으로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이 지나자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할 때? 가슴에 참을 인자를 세 번쯤 새기고 이 이성과 감성과 불안과 잔소린가 섞인 매뉴얼을 세 번쯤 반복했을 때? 그런데 여전히 아들이 귀를 닫고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조던 피터슨의 이런 말 : 분명 조던 피터슨의 어느 글인지 강연에서 보았는데, 어딘지 출처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조던 피터슨 선생님...